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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 새 연호 '레이와'엔 백제인 평화사상 담겨있다"

나카니시 스스무

나카니시 스스무

일본에서 1일 연호 ‘레이와(令和)’를 사용하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일본에선 천황으로 부름) 시대가 개막했다. 레이와를 고안한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89·사진) 오사카여자대 명예교수는 “레이와는 ‘아름다운 평화’라는 의미”라며 “첫째도 평화, 둘째도 평화인 평화론자가 고안한 연호”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평화에 대한 강한 신념에서 ‘레이와’를 새 연호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나카니시 교수는 특히 “연호의 두 글자 중 평화를 의미하는 ‘와(和)’는 7세기 쇼토쿠(聖德) 태자가 만든 17조의 헌법에 등장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건너온 백제 출신 지식인들이 태자와 헌법을 함께 만들었다. 그러니 ‘와’는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사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萬葉集)’ 연구의 1인자인 나카니시 교수를 ‘레이와의 고안자’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고안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정부 입장 때문인지 나카니시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고안한 사람은~’이라는 3인칭 시점에서 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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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는 만요슈 ‘매화나무 꽃’ 노래 32수의 서문에 있는 ‘이른 봄 좋은(令) 달밤에, 공기는 맑고 바람은 온화하다(和ぎ)’에서 두 자를 따왔다. 인터뷰는 나카니시 교수가 관장직을 맡고 있는 도야마(富山)현 도야마시 고시노쿠니(高志の國)문학관에서 지난달 28일 1시간가량 진행됐다. 외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였다.
 
직접 레이와를 고안한 건 아직 비밀인 것 같다.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건 헤이세이(平成)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언론들이 보도하더라).”
 
일본에서 연호는 어떤 의미인가.
“한 시대를 특징짓는 네이밍이다. 어떤 미래였으면 좋겠다고 기원하는 성격도 있다. 미래에 대한 목표와 기원이 들어가야 하고, 잘 기억돼야 하고, 내용도 훌륭해야 하고, 울림도 좋아야 하고 패턴에서 벗어나서도 안 된다. 집에서 손님을 맞을 때 부엌이 아닌 응접실에서 맞는 것이 자연스럽듯 연호에도 전혀 이질적인 것이 들어오면 좋지 않다. 절반 정도는 전통을 살리고, 절반은 새롭게 빛나는 내용의 집합체라고 할까.”
 
“한·일관계 답답, 반드시 개선해야”
 
‘레이와(令和)’를 연호로 선택한 제126대 나루히토(59) 일왕(왼쪽)과 마사코 왕비가 1일 즉위식을 마친 뒤 아버지인 아키히토 상왕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 고쿄(일왕 거처) 내 마쓰노마에서 즉위 행사의 하나로 열린 ‘조켄노기(朝見の儀)’에서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레이와시대 첫날 일본은 축제 분위기였다. [AP=연합뉴스]

‘레이와(令和)’를 연호로 선택한 제126대 나루히토(59) 일왕(왼쪽)과 마사코 왕비가 1일 즉위식을 마친 뒤 아버지인 아키히토 상왕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 고쿄(일왕 거처) 내 마쓰노마에서 즉위 행사의 하나로 열린 ‘조켄노기(朝見の儀)’에서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레이와시대 첫날 일본은 축제 분위기였다. [AP=연합뉴스]

고안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겠다.
“궁궐로부터 수수께끼를 만들라는 분부를 받은 사람과 같다. ‘하룻밤에 만들라’는 지시를 받으면 머리가 하얗게 되듯 (연호 고안도) 1~2년에 될 일이 아니라 최소 6~7년은 걸려야 하는 일이다. 고안한 사람(나카니시 교수 자신)은 20~30개 안을 고안했다고 한다.”
 
‘레이(令)’가 ‘명령’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레이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다. 영어로 ‘오더(order)’로도 해석되는데, ‘오더’에는 명령 외에 ‘질서’라는 의미도 있다. 즉 뷰티풀 오더, 오더가 있는 뷰티, 질서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그걸 ‘명령’ ‘사역(시키는 것)’이라고만 말하면 지식의 레벨이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와(和)’는 어떤가.
“와(和)는 피스(peace), 평화다. 7세기 초반의 뛰어난 왕자인 쇼토쿠 태자가 17조 헌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604년). 일본에선 이후 1400년 이상 계속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 헌법의 1조가 ‘와(和)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7세기의 평화헌법이 1946년의 평화헌법으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엔 그런 일본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폐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쇼토쿠 태자는 왜 평화헌법을 만들었나.
“한반도에서 벌어진 한반도 전쟁에 일본이 개입하면서 계속 졌다. 염전(厭戰·전쟁을 싫어함) 사상이 돌면서 국민들은 ‘전쟁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서 결단을 통해 싸움을 끝냈고, 바로 그 다음 해에 ‘와(和)’를 헌법에 담았다. 불필요한 전쟁을 그만두고 귀중한 목숨을 지키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와(和)’다.”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들 역할이 있었나.
“백제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많이 넘어왔다. 지식인도 많았다. 이들이 쇼토쿠 태자와 함께 17조 헌법을 만들었다. 고향을 잃고 일본으로 도망온 사람들, ‘피(혈통)’로 볼 때는 야마토(大和)인이 아니다. 즉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이들이 ‘전쟁은 싫다. 두 번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며 ‘와(和)’로 헌법을 만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와(和)’는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사상이다. 당시 선진국이던 백제인들의 지력(지적 능력)이 들어가 있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은 어땠으면 좋겠나.
“레이(令)의 의미엔 기율·규율이란 의미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만 명령하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명령해야 한다. 또 글로벌 시대, 유한(有限)한 지구를 위해서도 몇 대 뒤를 내다보고 여러 가지 초석을 다져야 한다. 국민을 어떻게 윤택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군사력으로 싸우는 건 아주 어리석다.”
 
한국에 지인이 많은 지한파로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은.
“정말 답답하다.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일본문학연구와 비교문학연구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학자. “일본·중국 문학은 물론 동서고금에 대한 깊은 학식을 토대로 연구에 몰두해 온 학자, 특히 일본의 가장 오래된 가집인 ‘만요슈(萬葉集)’ 연구의 1인자”(아사히신문)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카니시 만요학’이라는 조어가 있을 정도다. 2013년엔 과학기술과 문화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수여되는 문화훈장을 받았다.

 
도야마=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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