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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퍼스펙티브]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자

스마트 국방의 길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 대원들이 육군의 최첨단 개인 전투 무기 체계인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건물 침투 작전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부대인 아크부대 대원들이 육군의 최첨단 개인 전투 무기 체계인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건물 침투 작전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퍼스가 군인들에게 점령당했어요.”
 
지난달 17~19일 KAIST에서 열린 ‘인공지능 드론 학술대회’에 수백 명의 군인이 참석하자 한 학생이 한 말이다. 3일 동안 이어진 학술대회장엔 아침부터 늦는 오후까지 일반인 절반, 군인 절반으로 가득 찼다. 과거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첫날에는 육군 참모총장까지 참석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군 현대화 사업을 강조했다.
 
사실 군인들의 학구열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19~21일에는 육군 장성을 위한 인공지능 강의가 있었다. 육군의 요청으로 마련된 3일짜리 인공지능 특강 시리즈였다. 처음에 반신반의했다. 과연 군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별’들이 최첨단의 인공지능 이론을 공부하겠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었다. 어깨에 별을 단 62명의 장군이 교실을 채웠다. 긴장감이 돌았다. 첫 시간을 필자가 맡았다. 강의의 성패는 첫 10분에 판가름난다. 시작하자마자 청중의 눈길이 나의 눈에 잡혔다. 강의 내용에 따라서 웃기도 했다. 필자는 3일 동안 강의실을 드나들면서 풍경을 관찰했다. 오후가 되어도 조는 사람이 없었다. 간간이 질문도 나왔다. 식사 시간에는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소재로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필자의 가슴엔 희망의 싹이 피어올랐다. 이제 머리로 싸우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북핵에 짓눌린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펴고, 자주국방과 미래산업을 창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주국방·수출 두 마리 토끼 잡기=우리나라는 현재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점령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잘하던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석유화학·제철 등의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특별한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했다.물론 세상은 변하고 산업도 변하기 때문에 영원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다음 산업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군인들의 첨단 기술에 대한 학구열은 방위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갖게 해준다. 방위산업은 우리의 군사력을 증대시키는 효과와 함께 효자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방위산업은 지휘통제·무기·항공·탄약·기동·통신전자·함정·화생방·광학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대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국방비는 1조7390억 달러(2017년 기준)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46조7000억원이다. 이중 방위력 개선비는 15조4000억원이다. 연구개발비에 약 3조원을 투자한다.방위산업 기술 수준은 세계 9위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매출은 2006년 4조900억 원에서 2.3배 증가하여 2017년에 11조원이 되었다. 그러나 방위산업 수출액은 2016년 2조7000억원에서 2017년 1조7000억원으로 37.8% 감소하였다. 고용 인력도 2016년 3만8000명에서 2017년 3만2000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방위산업은 높은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9위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심지어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장비의 국산화율도 66.3%(2016년)에 머무르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동차와 휴대폰·반도체를 팔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준을 생각할 때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이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의욕이 없거나 관심이 없어서 일 것이다.
 
어느 산업이든지 국내에 고객이 존재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국내에 많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성장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매년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방위산업을 키울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수요자가 군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면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는 산업이다.
 
지난달 17일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육군 인공지능·드론봇 전투발전콘퍼런스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왼쪽 셋째)이 드론봇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육군 인공지능·드론봇 전투발전콘퍼런스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왼쪽 셋째)이 드론봇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국방=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용으로 개발된 제품이 산업으로 발전해 우리의 생활을 바꾼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컴퓨터·인터넷·비행기·암호통신·화약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기술 중 국방부에서 나온 기술이 수도 없이 많다.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DARPA)은 개발해야 할 제품의 규격을 정하고, 협력업체가 이를 개발하도록 지도한다. 제품이 완성되면 국방부가 사도록 지원해준다. 이 과정에서 DARPA는 철저한 기술 지도와 감독을 수행한다. 방위산업은 수요를 알고 있는 군에서 주도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군이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방위산업에 매우 고무적이다. 아울러 국방부에서 ‘4차 산업혁명 스마트국방 혁신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라 할 수 있다. 스마트국방 혁신사업은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무기체계와 지휘통제 시스템, 병사 관리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국방 혁신 사업이 체계적으로 지속해서 추진될 가능성이 생겼다. 방위사업청도 수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이 방위산업 육성의 최적의 기회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와 방위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국방력을 제고하면서 동시에 수출산업이 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산업이다. 다른 산업에 비하여 두 배의 효과가 나기 때문에 두 배의 노력을 할 만하다. 써먹을 수도 없는 핵무기에 주력하는 북한에 비해 우리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수출도 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첨단화해야 한다. 첨단 기기를 탑재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군복·헬멧·군화·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국가 자존심 높여줄 첨단무기=둘째, 군수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종합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미 국방부 DARPA처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미래 국방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연구개발을 지휘해야 한다. 미래 군수 물품의 스펙을 정하고 이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협력회사를 선정하여 공동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특히 첨단 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학-연구소-군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방과 경쟁을 통하여 방위산업체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군수품의 특성상 폐쇄적인 방식으로 제품 생산이 이루어지기 쉽다.개방과 경쟁이 혁신의 가장 강력한 촉진자다. 국내 기업에 대한 개방뿐만 아니라 국외 개방도 필요하다.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부품을 조달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위협받고 있고, 국민적인 자존심도 크게 손상되었다.그러나 핵무기는 실제론 거의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 우리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군수품을 개발 생산하여 부국강병의 길로 나가야 한다.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쏟은 노력의 10분의 1만 투입해도 우리는 자주국방과 방위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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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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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