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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대 59세 일왕의 즉위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짐

 59세의 첫 전후 세대 왕이 탄생한 1일 일본 열도 전체가 축하로 들썩였다. 나루히토(德仁ㆍ59) 새 일왕(일본에선 천황)의 즉위식이 열린 도쿄 지요다구의 고쿄(皇居) 주변에 인파가 몰린 건 물론 일본 전체의 눈이 왕과 마사코(雅子ㆍ55) 왕비에게 쏠렸다. 
 이날 첫 행사는 왕가의 상징물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중 이세신궁에 보관 중인 거울을 뺀 청동검과 구슬, 어새(御璽)·국새(國璽) 등을 넘겨받는 즉위식이었다. 고쿄 내 규덴(宮殿·궁전)의 방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10분간 열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3부 요인과 정부 관계자 및 왕실 측에서 왕위 계승권이 있는 성년 남자만 참석했다. 
 
일왕의 동생으로 왕세제가 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ㆍ53·왕위 계승 서열 1위), 왕의 작은 할아버지인 히타치노미야(常陸宮) 마사히토(正仁ㆍ83ㆍ왕위 계승 서열 3위)만 참석했다. 
 
아키히토(明仁) 상왕의 전날 퇴위식 때와는 달리 여성 왕족들의 참석은 배제됐다. 
 
왕실 의식의 규칙을 정한 '왕실전범'에 따른 것이지만 NHK에 출연한 왕실 전문 연구가는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라고 했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켄노기(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발언(오코토바·お言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1일 오전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즉위 행사의 하나인 '조켄노기(朝見の儀)'에서 마사코 왕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발언(오코토바·お言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코토바(お言葉)’로 불리는 새 일왕의 첫 발언은 이어진 '조켄노기(朝見の儀)'로 불리는 두번째 의식에서 나왔다. ‘조켄’은 과거 신하가 입궐해 왕을 알현한다는 의미다. 
 
연미복 차림의 일왕은 프랑스어로 ‘로브 데콜테’로 불리는 롱드레스 차림의 마사코 왕비와 함께 단상에 섰다.
 
12명의 왕족과 266명의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일왕은 “항상 국민을 생각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완수할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더 한층의 발전,그리고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전날 퇴임한 아키히토 상왕에 대해 "30년동안 보여주신 모습에 마음으로부터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상왕의 발걸음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1분30여초간 이어진 발언의 절반 가까이가 아키히토 상왕 관련 내용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기본적으로는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향후 그 위에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입혀갈지가 관심”이라고 했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은 “헌법에 따라~”라고 말했지만, 1989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식에서 밝혔던 “일본국헌법을 지키겠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을 바꾸는 개헌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새 일왕의 헌법 관련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발언은 없었지만 나루히토 일왕은 패전 70주년이던 2015년 2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전쟁의 참화를 거쳐, 전후, 일본국헌법을 기초로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6년 회견 등에선 “참혹한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평화에 대한 폐하(아키히토 상왕)의 마음을 확실히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행사 참석을 위해 아카사카의 황실 전용 거처에서 고쿄를 오갈 때마다 거리의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오전 10시쯤 일왕을 태운 관용차가 한조몬(半蔵門)을 통해 고쿄로 들어갈 때는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오른쪽)이 1일 오전 차량에 탑승해 도쿄 아카사카(赤坂) 사저에서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오른쪽)이 1일 오전 차량에 탑승해 도쿄 아카사카(赤坂) 사저에서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든위크'로 불리는 연휴에 더해 일왕의 퇴위ㆍ즉위식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열흘간의 황금 연휴를 즐기게 된 일본 국민들은 전날 저녁부터 축제 무드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는 1일 0시를 앞두고 도쿄 시부야(渋谷)와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 삿포로 시계탑 광장 등 일본을 대표하는 거리엔 카운트다운을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일본 열도 각 지역에 적지 않은 비가 내렸지만,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들고 거리로 나왔다.
도쿄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트리’의 350m 전망대엔 잔뜩 흐린 날씨에 바깥 풍경이 전혀 안보이는 상황에서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자축했다.
 
그래서 '헤이세이 오미소카(大晦日·섣달 그믐날)'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0시가 가까워오면서 도쿄 이타바시(板橋)구청엔 레이와 시대 첫날에 혼인신고를 하려는 커플들이 10쌍 넘게 몰려들었다. 레이와 첫날 심야 결혼식도 여러 군데에서 열려, 하객들이 눈을 비비며 졸음을 참는 광경도 있었다.
 
◇문 대통령 새 일왕에 축전=문재인 대통령이 나루히토 일왕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은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고, 퇴위한 아키히토 천황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은 나루히토 천황이 한·일 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위해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줄 것을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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