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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을 수 있다면, 장애를 떠나 서로 통할 수 있죠

육상효 감독의 새 코미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배우 신하균(왼쪽)과 이광수가 한몸처럼 의지하며 사는 형제로 호흡을 맞췄다.[사진 NEW]

육상효 감독의 새 코미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배우 신하균(왼쪽)과 이광수가 한몸처럼 의지하며 사는 형제로 호흡을 맞췄다.[사진 NEW]

“‘어벤져스’에 비하면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형제 얘기에요. 색깔 다른 영화니까, 5월 연휴에 둘 다 재밌게 봐주시기만 바랍니다.”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흥행 열기가 여전한 가운데 1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육상효(56) 감독이 한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릴 적 복지원에서 만나 평생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입 외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누구보다 똑똑한 세하는 동구를 친동생처럼 보살피고, 수영을 좋아하는 강철 체력의 동구는 그런 형의 손발이 돼준다. 두 사람은 의지하던 박 신부(권해효)가 세상을 떠나 서로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복지원을 지키려 온갖 궁리를 짜낸다. 여느 형제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찰떡 호흡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며 안겨 주는 웃음이 각별하다.  
 
한몸 같은 특별한 형제, 실존모델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만든 육상효 감독을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사진 NEW]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만든 육상효 감독을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사진 NEW]

놀랍게도 이런 캐릭터에는 실존모델이 있다. 1996년부터 10여년간 광주광역시의 한 복지원에서 형제처럼 지내온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다. 하도 붙어 다녀 별명이 ‘강력접착제’란다. 이런 사연은 최씨가 2002년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박씨는 휠체어를 밀어 함께 수업에 가고, 책장을 넘겨주며 곁을 지켰다.  
  
육상효 감독은 이런 실화에 상상을 보태 직접 각본을 썼다. 그는 9년 전 저예산 코미디 ‘방가? 방가!’에선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을 뭉클한 소동극에 담아 관객 100만명 가까운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개봉 전 만난 그는 “6년 전 제작사 제안으로 두 분을 만났는데 밝은 모습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며 “광주에 자주 가서 셋이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2박 3일 같이 지내며 혈연이 아니어도 사랑하고 도우면 가족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조금씩 약하지만 힘을 합쳐 살아가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희화화는 경계, 코미디 고집한 이유는
영화에서 헤어질 위기에 처한 세하(가운데, 신하균)와 동구(오른쪽, 이광수)는 복지원을 지키기 위해 수영대회에도 도전한다. 수영센터 '알바' 미현(왼쪽, 이솜)이 연습 코치로 함께한다. [사진 NEW]

영화에서 헤어질 위기에 처한 세하(가운데, 신하균)와 동구(오른쪽, 이광수)는 복지원을 지키기 위해 수영대회에도 도전한다. 수영센터 '알바' 미현(왼쪽, 이솜)이 연습 코치로 함께한다. [사진 NEW]

-어디까지가 실화인가.  
“이 친구들 성격과 장애 유형을 따왔다. 중반 이후의 드라마는 가공한 것이다. 일상을 쫓아다니며 찾아낸 것들도 유머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영화에 보면, 카페에서 주문은 세하가 하는데 카운터에선 동구밖에 안 보인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이런 경우 대부분 벽을 보게 되더라. 은행에 가서 뭔가 물건을 찾을 때 동구가 잘 모르면 세하가 겉모습을 아주아주 상세히 묘사한다. 라면 먹을 땐 형이 나무라면 동구가 삐져서 라면을 잘 안 준다. 그럴 때 형이 ‘나도 좀 줘…’하는 건, 실제 삼겹살집에서 겪은 일화다.”  
 
-시나리오에만 3년이 걸렸다고.  
“장애를 다루며 자칫 위험한 유머를 자제하고 드라마를 보강하는 데 오래 걸렸다. 이들의 행동 그대로를 보여주는 건 괜찮지만, 희화화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러 장애인 단체의 자문과 모니터링도 거쳤다.”
 
-그런데도 코미디로 풀어낸 이유는.  
“장애‧비장애를 떠나 서로 웃다 보면 가까워진다. 이번 영화 만들며 저부터 많이 바뀌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장애인들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졌다. 휠체어 탄 분이 ‘저처럼 의자 갖고 다녀야죠’ 하는 농담에도 같이 웃게 됐다. 사회 구조나 제도를 바꾸는 건 정책담당자‧인권운동가의 일이다. 영화가 대단한 건, 나와 다른 상대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웃음이 통하면 다 함께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존 모델 '이 장면'에서 크게 웃고, 울컥했다 
동구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라면이다. 형 세하를 흘낏 보며 줄까 말까, 갈등하는 모습. [사진 NEW]

동구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라면이다. 형 세하를 흘낏 보며 줄까 말까, 갈등하는 모습. [사진 NEW]

-실제 인물들도 영화를 봤나.  
“승규씨만 서울에 와서 시사회로 봤다. 똑 부러진 친구인 데다 장애 활동 전문가이기도 해서 별로면 따끔하게 말할 성격이다. 그런데 편견 없이, 균형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 법정 장면에서 장애인의 자립에 관한 대사는 자기가 말하는 것처럼 굉장히 울컥했다고, 라면 먹는 장면은 딱 자기네들 같아서 굉장히 크게 웃었다고 했다.”
 
최근 충무로에는 ‘그것만이 내 세상’ ‘증인’ 등 장애를 전과 다른 시각으로 담은 작품이 늘고 있다. 이전까진 비장애인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장애인들 간의 더불어 삶과 자립을 다뤘단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만, 장애인이 맞닥뜨리는 주변 사회와 현실을 너무 착하게 다뤘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감독은 “극 중 상황이 현실보단 순화됐다”며 “영화 전체의 뜻이 올바르게 전해진다면 친근하고 밝게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만난 장애인들도 깔끔하고 예쁘게 사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또 “각자 입장을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배우부장' 신하균, '초식동물' 이광수  
세하 역의 신하균은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연기에 더해 속사포 대사까지 거뜬히 소화한다. [사진 NEW]

세하 역의 신하균은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연기에 더해 속사포 대사까지 거뜬히 소화한다. [사진 NEW]

착한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는 신하균. 감정이 격해질 때조차 몸을 꼼짝 않는 연기가 실감 난다. 그 자신은 “숨을 크게 쉴 때 의도치 않은 움직임이 생겨 쉽지 않았다”고 했다. 육상효 감독은 “신하균씨는 발음이 좋고 감정 톤을 정확히 제시해줬다"며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여서 ‘배우부장’이라 불렀다”고 돌이켰다. 이광수에 대해선 “TV 예능과 달리 말 없고 초식동물같이 순한 눈빛이 좋았다”며 “광수씨의 몰입도가 워낙 높아 감정적으로 중요한 컷을 먼저 찍고 나머지를 보충해갔다. 지적장애 특유의 동작을 억지로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관객은 '취준생' 
촬영 당시 스태프 못지않게 현장을 거들었다는 배우 이솜. 감독은 "저 키 큰 스태프는 누구지, 하고 돌아보면 솜씨였다"며 웃었다. [사진 NEW]

촬영 당시 스태프 못지않게 현장을 거들었다는 배우 이솜. 감독은 "저 키 큰 스태프는 누구지, 하고 돌아보면 솜씨였다"며 웃었다. [사진 NEW]

뜻밖에도 이 영화를 가장 보여주고 싶은 관객으로 “극 중 미현 같은 취준생”을 들었다. 미현(이솜)은 동구가 다니는 스포츠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의 수영대회 출전까지 돕게 된다. 그러고 보면 감독의 전작 ‘방가? 방가!’의 주인공도 부탄인 행세로 위장 취업한 만년 백수 청년이었다. 감독은 “저희 큰애도 대학생이고, 제자들 봐도 느낀다. 예전과 달리 취업도 안 되고 요즘 젊은 세대가 다들 ‘존버’한다고 하잖나. 너무 힘들면 도우며 살자, 같이 용기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기자, 작가, 감독...그의 코미디 철학은 
그는 이력이 독특하다. 스포츠지 기자였던 그가 '내 사랑 내 곁에'의 가수 김현식에 대해 쓴 책을 재미있게 본 김홍준 감독의 제안으로 ‘장밋빛 인생’의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태흥영화사를 통해 ‘축제’의 각본을 맡아 임권택 감독과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임 감독님, 원작자 이청준 선생님 쫓아다니며 많이 배웠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 정성 다하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했다. 연출 데뷔작은 2002년 차인표‧김윤진이 주연한 코믹 로맨스 ‘아이언 팜’. 그는 ‘방가? 방가!’ 이후 만든 자전적 코미디 ‘구국의 강철대오’가 실패한 뒤 “항상 내가 아니라 동시대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를 쓰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러브 액추얼리’ ‘노팅힐’의 감독 리처드 커티스를 좋아하는데 그분의 영화엔 장애인‧유색인종‧동성애자가 다 나와요.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위로하는 웃음을 준달까요.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 좋은 코미디죠. 그런 본질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한 장면. [사진 NEW]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한 장면.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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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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