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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산하 낙하산 17명, 처벌규정 없어 못 자른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공단 권경업 이사장의 모습.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환경부는 청와대에서 권경업씨를 이사장으로 낙점하자 권 이사장에게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서를 제공하고 자기소개서 작성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공단 권경업 이사장의 모습.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환경부는 청와대에서 권경업씨를 이사장으로 낙점하자 권 이사장에게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서를 제공하고 자기소개서 작성도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하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환경부가 채용 특혜를 제공한 산하기관 임원 17명의 실명이 적혀있다. 
 
검찰은 이들이 '청와대 몫'과 '환경부 장관 몫'으로 나뉘어 있었다고 봤고 공소장에는 이들에게 제공된 면접정보와 비공개 업무계획서 등 특혜를 자세히 기술했다. 낙하산 임원들을 채용비리 연루자로 본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들(김은경·신미숙)이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가 임명되도록 산하기관 임원 공모절차를 형해화했다"고 밝혔다.
 
재판 넘겨진 김은경·신미숙 주요 혐의

재판 넘겨진 김은경·신미숙 주요 혐의

그렇다면 이 17명 산하기관 임원들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정부는 지난해 초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채용비리 관련 임직원·청탁자가 기소되면 공소장에 명시된 부정합격자도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쳐 퇴출시킬 것이라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30일 산하기관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공공기관 운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각각 입장을 물어봤다. 공소장에 적시된 산하기관 기관장들은 휴대전화가 꺼져있거나 전화를 받자마자 불쾌감을 드러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환경부 "논의된 바 없어" 기재부 "처벌근거 없다" 
환경부 당국자는 기자의 문의에 "산하기관 임원 거취에 대해선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보니 "담당 인사 과장에게 물어보라"는 답이 왔다. 인사 과장은 "책임있는 답변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에선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 비리의 경우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관장이 해당 기관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비리는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4차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4차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궁색한 설명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사법 전문가인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공모 과정에서 채용 특혜를 받은 임원들은 이미 기관장으로서 품위를 잃은 징계 대상이며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변협 전직 임원도 "(기재부의 설명은) 법적으론 가능해도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 말했다. 
 
법조계 "정부 靑눈치 본 궁색한 설명" 
기재부가 언급한 법률조항은 지난해 3월 신설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장의 2 '비위행위자에 대한 조치'이다. 
 
해당 조항 52조의 5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원이 비위행위 중 채용비위와 관련하여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당 채용비리로 합격한 부정합격자는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52조 3에 따르면 해당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원은 해임될 수 있다.
 
기재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기관장의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비리는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일종의 입법 미비라는 것이다.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모습. [JTBC 캡처]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모습. [JTBC 캡처]

하지만 환경부 임원 공모에 탈락한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특혜를 받은 임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 산하기관 탈락자 "특혜 임명자들 엄벌해달라" 
환경부 산하기관 공모에서 탈락했던 한 지원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채용 특혜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검찰에 이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낙하산 임원들이 받은 특혜의 구체적 내용과 방식을 자세히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합격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엄연한 채용비리가 벌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특혜를 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노위 소속인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검찰 공소장에 등장한 환경부 낙하산 임원들에 대해 정부가 안하겠다면 국회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역시 환노위 소속인 같은 당 신보라 의원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임원들에 대해 책임있는 조취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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