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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본 적도 없는 임블리···팔로어들은 왜 지갑 열었나

임지현씨가 지난 3월 자신의 게시물 1만개를 자축하며 올린 사진. 당시 8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했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임지현씨가 지난 3월 자신의 게시물 1만개를 자축하며 올린 사진. 당시 8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했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물건을 파는 속칭 ‘SNS 팔이’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부작용도 늘고 있다.  
 
‘곰팡이 호박즙’ 임블리‧‘마약 스캔들’ 황하나, SNS선 슈퍼 인플루언서
패션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임블리’는 곰팡이 호박즙을 시작으로 명품 카피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늦은 해명과 악플 고소 예고 등으로 비난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블리’의 대표 모델이자 브랜드 운영 기업 부건에프엔씨의 상무 임지현(32)씨는 인스타 팔로워 82만명을 보유했다. 소셜마케팅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5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면 인플루언서로 인정받는데, 임씨는 ‘슈퍼 인플루언서’로 분류된다. 이에 힘입어 부건에프엔씨는 지난해 매출 1700억원을 달성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는 본인의 마약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버젓이 김치 판매 홍보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오프라인에서는 뚜렷한 직업이 소개된 적 없는 황씨지만 비즈니스 SNS 계정에 2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연계된 온라인 쇼핑몰은 빅파워 등급을 보유했다.  
 
“매일 게시물 보다 보면 믿음 생기는 게 인간의 본성”
육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SNS에 공개해왔던 임지현씨. [사진 인스타그램]

육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SNS에 공개해왔던 임지현씨. [사진 인스타그램]

직접 만나보지도 못했고 홈쇼핑처럼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인플루언서를 신뢰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일까. 전문가는 이를 ‘친숙함에 따른 신뢰도 생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영향력 높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데, 인스타그램은 팔로우 버튼만 누르면 집단에 소속될 수 있다”며 “자신과 아는 사람이 아닌데도 팔로워 많은 SNS를 구독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곽 교수는 “이후 이들의 일상생활 등 매일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보다 보면 친숙함이 생긴다”며 “친숙함은 신뢰도 상승을 불러오고, 물건 구매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잘못됐다고 볼 수 없는 인간의 심리적 본성”이라는 게 곽 교수의 분석이다.  
 
한번 집단에 소속됐다고 여기면 조금의 잘못은 묻어두려 하는 심리도 존재한다. 임블리나 황씨를 비판하는 댓글에 대신 나서 싸우는, 이른바 ‘시녀’가 되는 것이다. 곽 교수는 “내가 믿었던 존재가 잘못된 물건을 팔았다거나 범죄자라고 인정할 때 인간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며 “아닌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신뢰를 유지하려고 한다. 인간의 비합리성”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란 개념 없었던 듯”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황하나씨가 지난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황하나씨가 지난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물건을 판매한 인플루언서는 정작 신뢰도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황씨가 자신이 팔던 원피스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다거나 임씨가 일부 계정에 민‧형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 신뢰도에 대해 생각 안 하고 물건을 팔다 문제가 됐지만 여전히 주목은 받고 싶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책임은 못 지지만 연예인과 같은 삶은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으로 소비자와의 약속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임씨는 4월 29일 SNS를 통해 “고객님들은 점점 실망과 함께 떠나고, 회사 매출은 급격히 줄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며 “그래도 잘 팔리는데,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저도 모르게 오만한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바보처럼 수습이 먼저라고 숨어 있었다”며 “영원히 다시 신뢰를 찾지 못할 것 같은 두려운 이 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팔로워 숫자는 인기도일 뿐…신뢰도 기준 아냐”
전문가는 팔로워 숫자가 주는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수치화한 것 같은 SNS 팔로워 숫자에 신뢰감을 가져 인플루언서가 파는 물건에도 쉽게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이는 이 수치들도 돈을 주고 팔로워 수를 작업하는 등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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