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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한국에 진정 시급한 패스트트랙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가 끝나가던 지난 27일 아침(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워싱턴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골프 회동은 이번이 네 번째. 여기까지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다. 일본의 진짜 노림수는 그다음이었다. 두 정상은 같은 골프 카트에 통역을 태우지 않았다. 단둘 만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대외비였다. 시간으론 4시간 반(270분).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새어나가면 경천동지할 별의별 이야기가 오갔다”(일 정부 소식통)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어쨌든 ‘트럼프-아베 단독 카트’는 미·일 동맹의 신뢰를 상징한다.
 
역대 최고의 미·일 밀월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과 나카소네 야스히로였다. 이름 앞글자를 따 ‘론-야스’ 라 불렸다. 무엇보다 자주 만났다. 5년간 12번 만났다. 그런데 이를 ‘트럼프-아베’가 가볍게 추월했다. 다음 달 만남을 합하면 지난 2년 7개월 동안 12번. ‘론-야스’ 때보다 무려 2배의 페이스다. 지난달부터 오는 6월까지 3개월 연속 만나는 건 65년 역사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의 푸들’이라 조롱당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아베의 필사적 의지마저 엿보인다. 물론 많이 만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만남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게 외교의 오랜 역사이자 교훈이다.
 
워싱턴에서 이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복잡하다. 같은 1박 2일 방문에 문재인-트럼프 단독 대화는 2분, 아베는 270분+α였음에 짜증 나고 한숨 나오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 부부가 아베 부부에게 ‘티파니’ 브랜드의 골프 퍼터를 이름 새겨 선물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 부분에 불과하다. “우리, 한·일, 한·미·일은 이대로 좋은 것인가”란 질문이 본질이다.
 
지난주 김정은·푸틴·시진핑은 3각 대화를 통해 북·중·러 공조를 공고히 했다. 북한의 우군확보는 참으로 기민하다. 전선은 확대됐다. 일본은 트럼프로부터 ▶대북 제재 유지 ▶납치문제 해결 노력 ▶북·일 정상회담 지지라는 3종 세트를 얻어냈다. 중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일본의 실리 외교는 참으로 영리하다. 동맹은 심화됐다. 우리는 어떤가. 동맹인 미국은 우리를 안심하기보다 의심한다. 2+2(외교·국방 장관) 회담은 2년 6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본은 아예 ‘한국 패싱’이다. 복구 불가능한 지경까지 갔다. 한·미·일 3각 공조는 탈선했다. 세 나라 NSC 수장들이 함께 한 지 13개월이 넘었다. 바로 북한 김정은이 바라던 바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우리에게 “오지랖 떨지 말라”고 조롱한다. 우린 그런 김정은에게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고립된 섬에서 피리나 불고 있는 격이다. 국내는 ‘동물국회’, 국외는 ‘식물외교’다.
 
워싱턴의 일본 권위자 실라 스미스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최근 저서 『일본 재무장』에서 한·일이 손잡아야 하는 필연성을 지적한다. 그는 향후 일본이 처할 최대 과제는 중국의 일대일로도, 북한의 핵도 아니고, 바로 미국의 우선주의라고 단정한다. 지금은 어떻게든 트럼프 옷자락을 붙잡고 동맹 이탈을 ‘연장’하고 있지만, 이 흐름은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 본다. 결국 이를 막고, 달래고, 맞서기 위해선 한·일이 협력해야만 한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일본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일본이 미국에 훼방 놓을 수 있는 현실적 상황도 우린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 있으랴. 결국은 대통령의 뜻, 위기의식이다. 우리 대한민국에 정작 시급한 건 어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일까. 공수처나 선거제도 개편일까. 필자는 ‘외교 패스트트랙’이라 본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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