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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될 대통령의 기업 현장 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활동의 주요 지표가 전월 대비 모두 반등했지만 추세적으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NG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까지 낮춰 잡을 정도로 우리 경제 현실은 암울하다. 수출은 5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고, 미래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0개월째 하락했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심리를 살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요즘 들어 부쩍 경제 현장을 챙기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그제 참모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사업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제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박수를 보내고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살피고 기업인의 애로를 경청하는 것만으로 투자 심리는 크게 자극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현장 챙기기 효과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를 통해 확인된 적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19세기 영국에서 마차 보호를 위해 자동차 운행 속도를 제한했던 적기조례법까지 거론하면서 규제 혁파를 외쳤다. 문 대통령은 “이 법 때문에 영국은 자동차산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다”며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은행 보유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서 제3,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해졌다.
 
어제 비전이 선포된 반도체 산업도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은 ‘제조 2025 비전’을 통해 2025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을 7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입지가 영원하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전자제품을 제어하는 시스템반도체는 한국이 중국에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 삼성전자가 비전 선포식을 통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더구나 경직된 고용관행과 낡은 규제가 기업을 속속 해외로 내몰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마저 스마트폰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도 이런 여파가 크다.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일회성 이벤트가 돼선 안 된다. 기업 애로를 듣고 막힌 곳을 끝까지 뚫어주는 노력이 뒤따라야 산업 공동화를 막고 기업도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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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