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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가 한국당 해산하라” 청원…방관은 무책임하다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 설치 이래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어제 오후, 청원자 수가 직전까지의 최대 기록이던 ‘PC방 살인사건 처벌 감경 반대’ 청원자 수(119만2000여 명)를 넘어섰다.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안건의 심야 변칙 처리가 한국당의 장외 투쟁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어제 하루에만 수십만 건이 늘어나는 이상과열 현상을 보였다.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 해산 청원의 사유는 이렇다. “민주당과 정부에 간곡히 청원합니다. 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 하고 소방에 관한 예산을 삭감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습니다…(중략)…정부에서도 한국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기록해 정당해산 청구를 해주십시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자유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이고, 시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해산을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한 비이성적·비민주적 행동이다. 정당의 존폐는 유권자인 국민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지 통치자나 행정부가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이 내려진 통진당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통진당이 나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본 헌재의 판단과 ‘야당이 정부의 정책을 적극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를 똑같이 놓고 다룰 수 있는 것일까. 삼권분립의 취지와 정신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몰상식하고 과격한 행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민주 정권을 자임하는 정부하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청와대 사이트엔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 ‘추천순 톱5’ 중 1순위로 분류돼 올라와 있다. 청와대는 청원 건수가 늘어나니 어쩔 수 없다며 “한 달로 정해진 청원게시 기간(22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하책(下策)이다. 당장 보수 진영에서 민주당 해산 청원으로 맞불 대응을 하면서 정파 간 대결이 불붙고 있다. 국론 분열과 혼란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까지 확산된 양상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제1야당 해산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인 양 치장하면서 국민청원이란 걸 방패 삼아 야당 장외집회의 동력이 떨어지는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조속히 소모적 대결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방관적 태도만 취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 와중에 슬그머니 청원의 대열에 올라타 과열을 부채질하는 정치인들도 자성하길 바란다. 3선의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그제 페이스북에 ‘한국당 해산 청구’ 청원 내용을 소개하며 “정당해산 사유 명확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당의 정청래 전 의원도 “한국당이 막무가내로 하니까 국민들도 임계점이 넘어버렸다”면서 1000만 명의 청원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민주화 운동을 해왔다는 이들이 이러고도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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