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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극단적 선택 최다, 겨울 우울증 앓다 봄볕에 감정기복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23>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져 있는 '위로' 동상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져 있는 '위로' 동상의 모습. [중앙포토]

‘즉각적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함.’

국회 자살예방포럼 통계 분석
5월에 9%, 11~2월 가장 적어
“틈틈이 햇볕 쬐 감정변화 적응을”

 
2015년 5월 고모 일병(당시 22세)은 소속 부대에서 진행한 적성 적응도 검사에서 이러한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문의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당시 부대 관계자들은 “고 일병에게 격려와 칭찬을 했다”고 진술했다. 고 일병은 3주 뒤 휴가 중에 경북의 한 기차역 선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7년 월별 자살 현황

2017년 월별 자살 현황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2017년 자살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2017년 5월 자살자는 1158명으로 1년 중 가장 많다. 한 해 전체 자살자의 9.3%다. 겨울철인 11월~이듬해 2월 자살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3월부터 증가해 5월에 절정에 이른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1년 자살시도자 1921명을 인터뷰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봄철 자살 급증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센터장은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을 비롯한 북반구 전체가 봄철 자살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며 “남반구인 호주는 봄철인 10월 자살률이 가장 높고 3~5월은 가장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자살 급증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로 부른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오른쪽 첫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오른쪽 첫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일반적으로 햇볕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낮에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리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전 센터장은 이날 “자살이 봄철에 급증하는 이유는 햇볕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순은 왜 발생하는 걸까.

 
원인은 급격한 일조량 변화 때문이다. 전 센터장은 “자살 예방을 위해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틈틈이 햇볕을 쬐어야 한다”면서도 “가을·겨울엔 일조량이 적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지만, 충동성은 줄어 자살이 오히려 줄어든다. 그런데 봄이 돼 갑자기 햇볕이 강해지면 감정 기복이 커지면서 자살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울증을 앓는 사람, 감정의 진폭이 큰 20~30대의 봄철 자살률이 특히 높다고 한다. 전 센터장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줄이려면 2월이나 3월부터 미리 햇볕을 쬐면서 빛으로 인한 감정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120년 전 쓴 책에서도 '봄에 자살이 늘어난다'고 했을 정도로 봄철 자살에 대한 탐구는 오래됐다”며 “미국·유럽 등에선 일조량과 자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교수는 “일조량 변화뿐 아니라 봄철에 심리·경제적 불평등으로 사람들에게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안실련]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안실련]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절한 개입도 중요하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의대 교수)은 “일본에선 매년 봄철이 되면 자살예방주간을 지정해 정부가 신경을 쓴다”며 “계절이 바뀌는 2, 3월에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자살위험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원 자살예방 라이프호프 사무처장은 “현장에선 3월에 입학·복지서비스 개편 등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겨울부터 자살 위험군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봄철 자살 급증에 가장 취약한 건 집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젊은 층”이라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대부분의 자살 예방 관련 정부·지자체 사업이 9월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 3월부터 자살 위험군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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