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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박재범? 아니 신인 제이 팍 “힙합을 보여주마”

박재범은 ’스스로 불편한 상황에 집어넣는 편“이라며 ’자리 잡았다고 안심하면 배고픔이 없어져 추락하기 쉽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재범은 ’스스로 불편한 상황에 집어넣는 편“이라며 ’자리 잡았다고 안심하면 배고픔이 없어져 추락하기 쉽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튜브가 한국에서 만드는 다섯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주인공으로 가수 박재범(32)을 택했다.  
 
1일 공개되는 4부작 다큐 ‘제이팍: 쵸즌원(Jay Park: Chosen1)’은 2008년 아이돌 그룹 2PM으로 데뷔한 그가 2017년 아시아 가수 최초로 세계적 래퍼 제이지(Jay Z)가 이끄는 힙합 레이블 락네이션과 손잡고 미국 활동에 도전하기까지 여정을 담았다. 한국에서는 유명 힙합 레이블 AOMG와 하이어뮤직의 수장이지만, 미국에서는 신인 가수 제이팍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물론 2PM 탈퇴 후 타이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에 대한 회고까지 가감 없이 담아냈다.
 
유튜브가 2017년 예능 ‘달려라 빅뱅단’을 시작으로 지난해 다큐멘터리 ‘BTS: 번 더 스테이지’ ‘권지용 액트 lll: 모태’와 드라마 ‘탑매니지먼트’까지, 장르만 바뀌었을 뿐 K팝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해온 걸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아이돌과 힙합이라는 이질적인 문화에서 박재범만큼 훌륭한 교집합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동안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몸소 체득한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25일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단독으로 만난 박재범은 “잘난 척하려고 만든 다큐는 절대 아니”라며 “지난 11년 동안 쭉 앞만 보고 달려와 한 번쯤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다 저를 무시했죠. 한국말을 못하니까. 그 다음엔 아이돌 출신이 힙합 한다고, 이제는 미국에서 동양인이 힙합 한다고 무시당하고. 근데 그걸 이겨내고, 증명하고, 보여주는 게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아서 한다고 했어요. 아이돌은 이래야 한다, 동양인은 어때야 한다 하는 제약이 너무 많잖아요.”
 
“박재범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는 스스로의 말처럼 그는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기까지 지난한 투쟁을 벌여왔다. 2012년 솔로 1집 ‘뉴 브리드’가 나왔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은 2집 ‘에볼루션’(2014)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3집 ‘월드와이드’(2015)과 4집 ‘에브리싱 유 원티드’(2016)로 래퍼와 알앤비 보컬로서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국내 힙합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등 2관왕에 올랐고, 한국힙합어워즈에서는 2년 연속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따랐던 아이돌로 시작해 “스스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것까지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한번 방향을 설정하고 나니 탄력이 붙었다. 피처링을 포함하면 지난 한 해 동안 발표한 노래만 32곡.  
 
락네이션의 수장인 래퍼 제이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재범. [사진 박재범 인스타그램]

락네이션의 수장인 래퍼 제이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재범. [사진 박재범 인스타그램]

그는 2015년 프로듀서로 출연한 ‘쇼미더머니 4’를 변곡점으로 꼽았다. “어릴 적부터 비보잉을 했지만 스스로 래퍼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월드와이드’ 앨범을 만든 것도 있어요. 어린 친구들도 이렇게 목숨 걸고 하는데 나는 제대로 된 힙합 앨범 한장 없이 심사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자극을 많이 받았죠.”
 
피처링에 적극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향력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도와줘야죠. 그래야 힙합 문화가 건강하고 탄탄해질 수 있고.” 그래서인지 그가 이끄는 소속사의 로꼬·그레이·코드쿤스트·그루비룸 등 프로듀서들도 ‘열일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저는 그 친구들한테 이거 해, 저거 해 그런 얘기 안 해요. 사장이 제일 열심히 하면 다들 열심히 하겠죠. 제가 먼저 좋은 예가 되면 따라오지 않을까요.”
 
그는 여러 차례 ‘뒤에 올 사람들’을 언급했다. “다큐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처음엔 반대했는데 나 혼자 ‘선택받은(chosen) 자’가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도 빨리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원(1)’을 붙였어요.”  
 
싸이와 방탄소년단의 활약 덕에 높아진 K팝 인지도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한국 힙합에 해당하는 얘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힙합은 미국 중에서도 흑인 문화다 보니까 이걸로 돈만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계속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받아들이는 데도 오래 걸리고. 저도 다음 사람을 위해서 길을 잘 터줘야죠.”
 
‘제이팍: 쵸즌원’의 한 장면. 박재범이 미국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유튜브]

‘제이팍: 쵸즌원’의 한 장면. 박재범이 미국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유튜브]

올해 활동 계획도 양국의 힙합을 잇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달에는 18곡이 수록된 프로젝트 앨범을 한국에서, 다음달에는 6곡이 수록된 EP를 미국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7월부터는 ‘제이 팍 월드투어 섹시 포에버’를 시작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발표한 EP 타이틀곡 ‘섹시 포에버’ 가사처럼 “겉모습이 아닌 마인드가 섹시하면 영원히 섹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락네이션 관계자가 2016년 AOMG 뉴욕 공연을 보고 계약하게 된 것”이라며 “제가 공연을 좀 맛깔나게 잘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렸을 땐 아티스트 제이지가 좋았다면, 지금은 인간 제이지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완전 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재산이 1조가 넘잖아요. 기부도 많이 하고. 저도 그렇게 착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기준에선 성공한 거고. 물론 객관적인 수치도 필요하겠죠. 빌보드도 올라가고 싶고, 그래미도 받으면 좋고, 제이지가 피처링해주면 완전 좋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또 증명해 보여야죠.”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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