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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1위 BTS 뛰어넘을 기세···잔나비 "우린 힙한게 싫어요"

각종 음원차트에서 방탄소년단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5인조 밴드 '잔나비' [사진 페포니 뮤직]

각종 음원차트에서 방탄소년단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5인조 밴드 '잔나비' [사진 페포니 뮤직]

 
밴드 '잔나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각종 음원차트에서 방탄소년단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데뷔 5년차 인디밴드가 빌보드 차트를 쥐락펴락하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과 음원차트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지난달 발표한 2집 '전설'의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다.     

 
덕분에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사랑하긴 했었나요…' 'She' 등 이들의 전작까지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의 명맥을 잇는 스타급 밴드의 탄생이다.      
 
원숭이를 뜻하는 잔나비를 밴드명으로 한 건, 리더 겸 보컬 최정훈(27) 등 멤버 다섯명이 모두 1992년 원숭이 띠이기 때문. 동갑내기 분당 친구들이 음악 하나로 의기투합, 공연 만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십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던 이들은 지난달 이틀간 2800석 규모의 서울 공연 등 전국 투어를 매진시킬 정도의 전국구 스타가 됐다. 
 
'잔나비'의 음악에선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동경과 아련한 복고의 감성이 묻어난다. 대놓고 '힙한 게 싫다'고 말하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평단과 대중 모두가 주목하는 지금 가장 '힙한' 밴드가 된 역설은 무엇 때문일까. 레트로한 복고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기 원인은 결국 음악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  
 
복고풍의 세련된 음악으로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5인조 밴드 '잔나비' [중앙포토]

복고풍의 세련된 음악으로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5인조 밴드 '잔나비' [중앙포토]

'잔나비'의 음악은 일단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80~90년대 가요 황금기 시절,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히트곡들 같다. 이들의 음악에서 비틀스·퀸·산울림·유재하 등 전세대 뮤지션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빈티지한 느낌의 사운드 또한 클래식하면서도 풍성하다. 잔향과 울림이 오래도록 귀를 잡아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익숙한 듯 새롭고, 촌스러운 듯 세련된 음악이다. 가사도 뻔하디 뻔한 사랑 노래들과 달리, 시적이면서 은유적이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중략)/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남몰래 펼쳐보아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영원할 것 같던 사랑에 속아 가슴 아픈 이별을 하지만, 또 다시 그런 사랑이 찾아와도 멋지게 속아보겠다는 내용의 가사는 이별 통보까지도 SNS로 한다는 요즘 세대의 감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애 늙은이' 감성이다. 
 
올드한 감성 뿐만 아니라, 힘든 시기를 함께 겪고 있는 청년들의 고뇌 또한 가사에 담아낸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중략)/잘도 버티는 넌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 걸/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꿈과 책과 힘과 벽) 
힘든 현실 속에서 어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루 하루 어른이 돼가고 있다는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동년배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이런 시적인 가사에 '음유시인' 조덕배처럼 무심한 듯 읊조리는 최정훈의 보컬이 얹어지면, 아무리 EDM 사운드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 해도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기획사 중심의 음악, 아이돌 음악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대중의 갈망 또한 '잔나비'의 인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판에 박은 듯한 음악들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한 시점에 비주류 음악계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며 "귀가 아닌 가슴을 잡아끄는 음악에 대한 대중의 갈구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편적이면서 기본에 충실한 음악이 '잔나비'의 매력"이라며 "솔직한 자기 감성과 동세대의 고뇌가 녹아든 음악으로 아이돌 그룹들과 경쟁하고 있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덧붙였다.      
 
리더 최정훈이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아날로그적인 일상을 공개한 것 또한 화제가 되면서 이들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모두가 치열한 '초고속' 경쟁을 하는 5G 시대에 2G 폴더폰을 사용하고, MP3 플레이어로 박인희의 번안곡 '스카브로우의 추억'(1970)과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1987)를 듣고, 틈날 때마다 시집을 탐독하는 27살 청년의 모습은 이들의 음악과 실제 감성이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였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잔나비'는 달콤하기만 한 어쿠스틱 뮤지션들과도 확실히 차별화된 음악을 하고 있다"며 "우리 가요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 멤버들 본연의 아날로그적 감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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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