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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무반 누가 TV 봅니까, 휴대폰 유튜브·게임합니다

1일부터 국군 장병들은 일과 후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고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1일부터 국군 장병들은 일과 후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고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지난 23일 휴가를 떠났다 복귀한 ‘말년 병장’이었던 강모(24)씨는 달라진 생활반의 모습에 놀랐다. 강씨에 따르면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대에 복귀했지만 생활반 TV는 꺼져 있었다. 대신 후임 장병들은 생활반 침대에 누워 각자 휴대전화로 서로 다른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지난달만 해도 생활반 TV에 장병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었다”며 “스마트폰이 들어온 뒤 생활반이 변했다”고 말했다.
 
바뀐 것은 생활반만이 아니었다. 강씨가 중대 도서관 문을 열자 장병들이 책을 읽는 대신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대학교 전공 강좌를 수강하기도 하고 자동차 관련 자격증 온라인 강의를 보는 장병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화를 하기 위해 부대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던 풍경도 사라졌다. 강씨에 따르면, 장병들은 더 이상 공중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각자 스마트폰으로 지정된 휴게 공간에서 통화했다. 강씨는 “예전처럼 오래 통화한다고 눈치 볼 일이 없어졌다”며 “여자친구가 있는 장병들은 과거 공중전화 비용이 1회에 몇백원에 달해 은근히 부담이었는데, 무제한 통화 요금제 덕에 ‘돈이 절약된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모든 장병이 부대 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군대 생활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국방부가 사회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장병들의 단절감을 해소하고, 자기 계발 기회 확대 및 건전한 여가 활동 보장을 위해 도입했다. 경기도 지역 부대에 복무 중인 일병 A(21)씨는 “거의 모든 장병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며 “데이터를 많이 쓰다 보니 3만3000원짜리 기본 군인요금제보다 5만5000원짜리 프리미엄 군인요금제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A씨의 손에는 지난해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A씨는 “보급형은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최신형을 쓴다”며 “보통 상병 때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바꾼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도입으로 병영도 모바일 게임 열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 부대에 복무하는 상병 B(21)씨는 “게임을 진짜 많이 한다”며 “물론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주말에는 온종일 모바일 게임만 하는 장병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오히려 자기계발에 방해가 돼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둔 장병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말 시범 부대 도서관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보며 공부를 하는 모습. [사진 국방일보]

지난 1월 말 시범 부대 도서관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보며 공부를 하는 모습. [사진 국방일보]

◆각자 시간 보내니 동료와 소통 줄어=각자의 휴대전화로 여가를 보내다 보니 부대원 간 결속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지역 부대에서 복무 중인 상병 C(22)씨는 “예전엔 여가 시간에 할 일이 많지 않아 체력단련실이나 사이버지식정보방에 사람이 많았고, 부대원끼리도 수다를 떠는 등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휴대전화 도입 후 각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부대원 간 소통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대 내 모바일 게임이 건전한 여가생활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강원도 부대에서 복무하는 일병 D(22)씨는 “과거 여가 생활은 TV나 책뿐이었는데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선후임이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 걱정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부대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휴대전화 사용 가능 시간은 일과를 마친 오후 6~10시다. 주말은 오전 7~오후 10시까지 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규정상 게임으로 ‘날밤’을 샐 수는 없다. 일병 E(21)씨는 “스마트폰이 들어와 부대 내 인간관계가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여가 시간을 각자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긴 하지만 ‘데이터 갈취’ 등 신종 악습도 생겼다. 경기도 지역 부대에서 복무하는 병장 F(24)씨는 “모 부대에서 한 선임이 후임에게 데이터 선물을 강요해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두 개 가져와 하나만 제출하고, 나머지 하나를 일과 시간에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휴대전화 반입 시범부대에서 복무한 장교는 “작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다시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할 만큼 큰 문제는 겪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사 보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장병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줄어들고 있다. SNS ‘군스타그램’ 해시태그에는 게시물이 27만 건이다. 하지만 사진 속 계급장을 스스로 모자이크 처리하고 부대 관련 정보도 스스로 생략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사시설 내 ‘핫스팟’ 등을 이용한 데이터 공유 적발 건수도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육군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장병들이 잘 따라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병들이 일과를 마치고 당직사관에게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 국방일보]

장병들이 일과를 마치고 당직사관에게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 국방일보]

◆폰 카메라엔 보안 스티커 붙여=국방부 관계자도 “휴대전화를 늦게 제출하거나 지정된 장소 밖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큰 보안사고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촬영,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해 3분기 중 장병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현재 장병들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특수보안 스티커를 부착하고 사용한다. 김성우 동명대 군사학과장은 “부대 내 부조리가 줄어드는 등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병영 문화에 스며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보안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사고가 없더라도 보안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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