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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부조장부…“우리 경조사 왔는지 확인, 받은 만큼 낸다”

[이슈분석] 달라지는 경조사비 
28일 서울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하객들이 혼주 측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시민 74명에게 경조사비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20·30대는 ’주고받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50·60대는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해 세대 간 인식 차가 뚜렷했다. [강정현 기자]

28일 서울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하객들이 혼주 측에게 축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시민 74명에게 경조사비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20·30대는 ’주고받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50·60대는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해 세대 간 인식 차가 뚜렷했다. [강정현 기자]

서울 동작구 한미정(62·여)씨는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으면 가장 먼저 두 딸의 결혼식 축의금 명부를 찾아본다. 그 집에서 딸 결혼식에 참석했는지, 축의금을 얼마 냈는지 확인한다. 결혼식에 왔던 사람의 경조사에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참석하고, 받은 돈 이상 부조금을 낸다. 한씨는 “그게 최소한의 예의이고 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세 번 이상 꾸준히 경조사에 간다. 봄가을엔 주말마다 결혼식에 가느라 바쁘다. 경조사비로 매달 50만원 이상 들어간다. 한씨는 “부담될 때도 있지만 막내아들(현재 미혼) 결혼식 때 어차피 다 받을 거니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 최문호(59·인천시 연수구)씨는 친인척과 회사 임직원은 물론 동문회·산악회·기원 회원, 심지어 사우나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의 경조사까지 챙긴다. 협력업체 직원의 조카 결혼식에 30만원을 보낸 적도 있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소식을 알려준 사람의 낯을 봐서 최소 10만원을 보낸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끊임없이 청첩장과 부고가 올라온다. 최씨는 “경조사 소식을 듣고 안면몰수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나보다 윗사람이면 인사치레에서, 아랫사람이면 돌본다는 의미에서 얼굴을 비추고 돈을 보낸다”고 말했다.
 
 
경조사비는 모임 참가비 겸 자존심
 
5060세대에게 경조사비는 사회생활 유지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이런 저런 모임에 참여하려면 경조사 챙기기가 필수다. 중앙일보는 지난 15~17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 7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 중 5060세대는 33명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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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경조사는 가장 잦은 사교 행사였다. 월평균 2.5회 참석한다. 60대 이상은 월 4회도 있었다. 반면에 2030세대(36명)는 1.5회 참석한다.
 
부조금도 차이 난다. 가족·친인척·절친한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50대 12명 중 8명(66.6%)이, 60대 이상은 11명 중 7명(63.6%)이 20만원이나 30만원 넘게 부조금을 낸다. 반면에 20대 이하는 19명 중 8명(42.1%)이, 30대는 17명 중 8명(47%)으로 낮은 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초등학교 교감으로 은퇴한 김모(63·서울 서초구)씨는 동호회만 10여 개다. 김씨는 “이따금 모임에 잘 나오다가 소식이 뚝 끊기는 사람이 있는데, 십중팔구 경조사비 때문”이라며 “경조사를 알고도 두세 번 부조금을 못 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빠지더라”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10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송모(52·서울 마포구)씨는 “소속된 회사가 없으니 이전 직장 동료나 고교·대학 동창 모임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이런 사적인 모임에서는 경조사비가 곧 참가비인 셈”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수익이 아주 좋을 때 월 250만~300만원 버는데, 경조사비로 매달 50만원 이상 쓴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공 입증 수단으로 삼기도
 
카카오페이는 경조사비 송금이 급증하자 ‘축결혼’ ‘부의(賻儀)’ 등을 겉면에 표기하는 ‘송금 봉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경조사비 송금이 급증하자 ‘축결혼’ ‘부의(賻儀)’ 등을 겉면에 표기하는 ‘송금 봉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페이]

이들에게 경조사비는 ‘자존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이모(52)씨는 얼마 전 대구의 상가에 가면서 다른 동창한테 부의금 전달을 부탁받았다. 20만원이었다. 이씨는 “사실 그때까지 지방 결혼식이나 상가엔 5만~10만원, 수도권은 10만원 정도 냈는데, 그 다음부터 체면 때문에 20만원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060세대의 이런 관행에 대해 “가족과 친인척이 사회경제적 성공의 기반이던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이택광 문화평론가 겸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50대 이상은 ‘성공은 곧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며 “고향 친인척에게 자신의 성공을 인정받고 입증하는 수단으로 경조사를 두루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5060이 각종 모임에 참여해 경조사비를 챙기며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은 ‘또 다른 고향’을 만드는 활동이자 경제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끈끈한 인맥이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돼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경조사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5060세대의 빈곤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60세대는 경조사 참석을 의무로 받아들이는 그런 시대를 살아 왔다. 누군가에게 나누면서 서로를 배려했고, 체면을 중시했으며, 언젠가 나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살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는 지금의 경조사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특히 5060세대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조사비를 모임의 ‘참가비’로 생각하면 경제적 기반이 약해질수록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모임을 만들기 전에 ‘경조사비는 챙기지 말자’는 원칙을 정하는 등 경제적 부담은 덜면서 사회적 관계는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상재·박형수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356)에 접속하면 본인 경조사비를 타인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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