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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률 1년새 2배…검찰 “죽을 맛”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압수수색 영장이 자주 기각당하다 보니 수사하는 입장에서 죽을 맛이다.”(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법원이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다 보니 영장 때문에 애를 먹는 일이 늘었다.”(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최근 검찰에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검사들 사이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불만이 심심찮게 나온다. 범죄 혐의점이 있을 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기존의 검찰 수사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대검찰청에서 받은 ‘검찰 직접수사사건 압수수색영장 기각률’ 자료를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최근 1년간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6.4%로 그 전 1년(3.3%)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연간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2016년은 3.1%, 2017년 2.9%, 지난해 6.1%, 올해 1~3월 5.4%로 지난해부터 갑자기 상승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을 겨냥한 이른바 ‘적폐수사’가 진행되던 때는 영장 기각률이 3% 내외였다. 검찰 내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인해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달라졌다고 보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검찰이 최순실(63)씨의 자택과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압수수색한 2016년 10월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1.1%다. 다스 관련 수사팀이 경주에 있는 다스 본사와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1월에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중 3.5%만이 기각됐다.
 
서울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자택에 대해서는 거의 발부가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피의자 주거 안정성을 이유로 자택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일이 지난해부터 확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면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을 조사하지 못하고 지난주 마무리됐다. 수사팀은 블랙리스트와 조 수석의 관여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인사수석실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이 “피의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며 영장을 전부 기각했다고 한다.
 
사법권 남용 의혹 수사가 한달 남짓 진행된 지난해 7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사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된 바 있다. 특검팀은 이후 영장을 재청구해 발부받긴 했으나 영장이 발부될 걸로 예상해 1차 청구 전 경남 창원에 미리 내려가 있던 수사관들이 빈손으로 상경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검찰이 애초에 무리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 계기를 떠나 압수수색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니만큼 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까지는 특별한 기각 사유가 없으면 거의 100% 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판사도 강제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프라이버시나 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법원 내에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압수수색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수사방식”이라며 “법원이 수사 대상이 되고서야 바뀌었다는 게 아쉽지만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부터 해서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관행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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