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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카드 과시한 김정은, 뒤로 밀린 남북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 후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타스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 후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타스통신]

‘외교적 성과는 합격, 경제적 성과는 글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북·러 정상회담(24~26일)에 대해 외교·대북 전문가들이 28일 내린 대체적인 평가다.  
 
북·러 정상회담은 지난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첫 대외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를 선택한 건 중국 외에 전통적 우방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중·러 밀착을 통해 대북제재 ‘균열’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이 많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응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외교적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5일 북·러 정상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국제법상 (체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김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후 27일 기자회견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미국에 보란듯이 북·중·러 밀착을 보여준 셈이 된다.  
 
27일 중국 베이징 근교 옌치후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자회견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외 취재진에 손을 흔들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AP]

27일 중국 베이징 근교 옌치후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자회견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외 취재진에 손을 흔들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AP]

그러나 북한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간절히 원했던 대북제재 ‘틈새’를 마련했는지는 미지수다. 최 부원장은 “중국, 러시아도 미국의 대북제재 틀을 건드리진 못한다”며 “김 위원장도 애초에 경제적 실익을 기대하고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경제분야  수행원은 모두 빠진 채 외무성 라인만 회담에 임한데서도 드러난다. 대북제재에 균열을 내는 한 지표로 여겨진 북한 노동자 송환 문제도 회담에서 언급되긴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제 북·러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다음 시선은 4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오는 5월 25~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전까지 한달 가량을 ‘골든 타임’으로 보고 남북 정상회담 또는 대북 특사를 성사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최근 “트럼프 방일 계기에 비핵화 판을 살려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싱행사에서 참석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듣고있다. 이날 북한의 불참 속에 문 대통령도 1주년 행사에 참석 대신 영상 메시지로 대신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싱행사에서 참석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듣고있다. 이날 북한의 불참 속에 문 대통령도 1주년 행사에 참석 대신 영상 메시지로 대신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인데, 최근 정세 기조로 볼 때 북한이 응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한·미가 양보 없이 설득만 하려한다는 게 지난 12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북한의 인식”이라며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정부의 중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하노이회담에서 미국과 단기간 내 제재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보고 시정연설서 올 연말 시한을 밝힌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보고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는 외교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북한은 철저히 워싱턴을 바라보고 움직이고 있다”며 “판문점 1주년 즈음에 김 위원장은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는 북한의 참여 없이 정부의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미국과 정부를 재차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28일엔 “적대세력들의 제재 책동이 더욱더 노골화되고 있는 오늘의 정치 정세 흐름은 자립, 자력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5~6월을 대화 계기로 삼으려 하겠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수요가 생길 때까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복구처럼 저강도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대선 분위기가 본격화하는 9~10월이 북·미 대화 모멘텀이 될거란 관측이 많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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