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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사라면 잘렸겠나'···석연찮은 인권과장의 해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징계다.”(박찬운 교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저의가 있는지 우려스럽다.”(김종민 변호사ㆍ순천지청장 출신)  
 
올해 초 오모(47ㆍ여) 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막말을 해서 해임됐다. 얼핏 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이 사건을 두고 법조계가 시끄럽다. 일부 법조인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임이 부당하다며 ‘가해자’를 편드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다. 어떤 일이 있던걸까.  
 
불안한 ‘파격승진’ 1년만에 터진 막말 논란
차별 논란은 해임된 오씨가 검사 출신이 아니라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지난 2017년 11월 인권정책과장에 오를 때부터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5급 사무관에서 곧바로 3급 과장으로 한번에 승진한데다 법무부 과장 자리에 비검사 공무원이 임명된 경우가 처음이어서다. 법무부는 “오씨가 15년 동안 인권 관련 경력을 쌓았다”고 임용 사유를 밝혔다. 또 검사들이 수십년간 요직을 독점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데 대해 탈(脫)검찰화 일환으로 오씨를 발탁한 측면도 있었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임명 이후는 순탄치 않았다. 통상 검사 보조 역할을 맡던 사무관이 갑자기 과장이 되니 검사들이 같이 일하기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동료이던 오씨를 상사로 모시게 된 일반 직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고 한다. 오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사들과 일반직들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막말 논란이 터졌다. 한 언론에 오씨가 직원들에게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 “가방끈이 짧다” “너희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성희롱성 발언도 문제가 됐다. 오씨가 “우리 과에는 잘생긴 법무관이 왜 발령이 안나느냐”고 하거나 회식 중에 “전 직장에서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3가지 방법을 들었다”고 하면서 성적인 내용을 말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감찰 끝에 오씨를 해임했다.  
 
“검사가 하면 견책, 비검사는 해임” 논란
오씨 해임은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남성 검사들이 단순 폭언이나 성희롱만으로 해임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2016년 조사를 받는 피의자에게 폭언을 한 이모 검사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2013년 노래방 회식 중 여성 변호사를 성추행한 이모 검사도, 2011년 회식 도중 후배 여검사들에게 “뽀뽀해달라”고 한 손모 검사도 견책 처분을 받았다.

 
검사가 직을 잃은 건 통상 형사처벌 대상인 ‘성추행’ 의혹까지 함께 받는 경우였다. 지난해 김모 부장검사는 여검사와 변호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후에 면직됐다. 2017년 면직된 강모 부장검사도 후배 여검사 등 여러 명을 성희롱하고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임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려면 사실관계를 좀 더 다퉈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씨가 알려진 막말 중 상당수가 앞뒤 맥락이 잘려 왜곡됐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자들이 친해지는 법’ 같은 일화는 자신이 전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사례로, 요즘은 미투 시대라 이런 농담을 하면 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찬운 교수는 지난 20일 "오씨 해임은 차별조치"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박찬운 교수는 지난 20일 "오씨 해임은 차별조치"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때문에 일부 법조인들은 오씨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법무부 역사에서 처음있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 사건이 한 고위직 공무원의 인생을 끝내게 할 정도의 사건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만일 그가 고시출신 남성 검사였다면 과잉조치가 취해졌을까. 비고시ㆍ여성에 대한 차별이다”고 했다. 김종민 변호사도 “오 과장이 성희롱의 피해자일지언정 가해자라는 건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자기가 검사인줄 안다” 막말에 막말 대응?  
논란은 오씨가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요청하면서 증폭됐다. 소청심사는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억울하다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시 한 번 심사 기회를 주는 절차다. 지난 16일 소청심사위원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 대리인 신분으로 출석한 최모 과장이 심사 도중 오씨를 비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씨는 평소 행실이 아주 좋지 않고 문제가 많았습니다. 자기가 부장검사 자리에 가더니 검사로 착각하는지 직원들을 권위적으로 대하고…게다가 원래 정신질환이 있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최 과장의 최후진술)”

 
최 과장의 발언은 ‘여성ㆍ비고시 차별’ 의혹을 더욱 키웠다. 일반직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여성으로서 행실이 문란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오씨는 막말 논란이 터진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았는데,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최 과장이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것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오씨의 변호를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오씨를 심판한 그 방법(해임)으로 최 과장을 심판해 주기를 법무부에 제안한다”고 요구했다.  
 
법무부 “오씨 해임 정당…사실관계 파악중”
 법무부는 재심사 결과 해임이 정당했다고 결론지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씨로부터 막말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존재하고 두 번의 심사를 거쳐 해임 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판단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최 과장 건은 아직 감찰이 진행중이다. 그는 오씨에게 한 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징계 사유에 ‘평소 행실과 근무 성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니 행실을 거론한 건 법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다른 발언도 오씨가 공무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걸 지적했을 뿐 비아냥거릴 의도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오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법원에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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