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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스모킹건"…휴대전화 '통째로' 뺏고 또 뺏는다

증거인멸 우려…윤중천 휴대전화 3대 압수
'김학의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습니다."
 
지난 4일 오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성폭력'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주거지에 들어섰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수사관은 윤씨의 휴대전화와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공기계 1대, 윤씨 아들의 컴퓨터에 있던 자료 등을 내려받아 압수했다.
 
그리고 13일이 흐른 지난 17일, 수사단은 체포영장을 들고 윤씨가 머물던 딸 집에 다시 들이닥쳤다. 체포 과정에서 수사단은 윤씨가 첫 휴대전화 압수 이후 임대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또 한번 압수했다. 윤씨는 '김학의 사건' 개시 이후 수사단에 휴대전화를 모두 세대 빼앗겼다.
 
수사단은 1차 압수수색 이후 사건 관련 인물 조사를 하던 중 한 참고인으로부터 "윤씨가 '검찰에 유리하게 진술해 달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사건' 수사 개시 이후 윤씨가 주변인들과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포착하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靑 특감반 출신 김태우도 수차례 휴대전화 뺏겨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8일 오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8일 오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청와대 특감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도 휴대전화를 수차례 빼앗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지인 사건을 조회한 의혹을 받은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받으면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기업 관계자 등과 골프를 친 내용 등이 발견됐고 김 전 수사관은 다른 특감반원들과 함께 원 소속기관인 검찰로 복귀했다.
 
이후 김 전 수사관이 골프 등 향응을 받은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감찰도 이어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김 전 수사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지만 김 전 수사관이 새로 바꾼 휴대전화,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한 걸 확인하고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대검 감찰본부는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압수한 김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엔 언론사에 제보하기 위해 자신이 휴대전화로 옮겨놓은 청와대 근무 시절 자료들이 일부 들어있었다고 한다. 김 전 수사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한 수원지검도 이 자료를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받아 25일 김 전 수사관을 재판에 넘기는 주요 근거로 삼았다.
 
"휴대전화가 스모킹건"…쫓고 쫓는 휴대전화 찾기
휴대전화엔 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응축돼 있다. 사용자의 위치정보부터 누구랑 언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그래서 요즘 수사기관들은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수집해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까지 얘기한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대검의 '디지털 증거 압수, 수색분석 등 지원 현황' 통계에 따르면 검찰의 휴대전화나 스마트기기, PC 데이터 등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건수는 2009년 383건에서 10년이 지난 2018년엔 2341건으로 6배 가량 늘었다. 2009년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해로 이후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됐다.
 
피의자들도 휴대전화 압수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범죄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지우거나 휴대전화 자체를 폐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과 피의자 간 휴대전화를 두고 쫓고 쫓기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압수 및 포렌식으로 사생활이나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대전화만 '통째로' 압수…관련 논의는 '걸음마'
'디지털 증거'는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거나 전송되는 정보 가운데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스마트기기, USB 등 이동식 저장 매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디지털 증거엔 사용자조차 모르는 민감한 정보가 많다 보니 영장에도 압수수색 범위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 디스크나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 매체인 경우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현장에 참여한 포렌식 전문 수사관이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현장에서 내려받거나 내용을 복제(이미징)해서 가는 '선별 압수'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필요한 내용만 추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통째로' 들고 가서 포렌식 하는 이른바 '매체 압수'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럴 경우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최초 혐의와 관계없는 별도의 범죄를 포착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별건 수사'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더쌤 김광삼 변호사는 "영장에 의한 디지털 포렌식의 경우 기간이나 대상을 특정해야 한다"며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하는 건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로 인해 최근 수사기관들도 휴대전화를 뺏긴 피압수자의 포렌식 참여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참여권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거나, 피압수자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포렌식 과정을 견디지 못해 불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현석 인천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월 '전자증거의 선별압수와 매체압수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휴대전화를 통째로 압수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오 판사는 ▶화면 녹화·원격 영상 제공 등 참여권 보장 방법 도입 ▶무관 정보 삭제·폐기 요구권을 포함한 이의제기권 명문화 ▶전자증거 관리실태 공개 등 신뢰 증진 방안 강구 등 세 가지 방법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휴대전화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법조계와 학계의 관련 논의는 걸음마 수준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하면 휴대전화 압수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방면으로 관련 연구와 논의가 지속하는 미국에서조차 아직 답을 못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백희연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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