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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속 매머드, 유전자가위로 부활한다

지난해 8월말 러시아 북동연방대 등 공동연구진이 러시아 베르호얀스크 지방의 한 분화구에서 발견한 망아지의 사체. 약 4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연구진은 올해 2월 말에는 부검 중 망아지의 혈액 샘플을 확보했다. 특히 해당 종은 '레나'로 현재는 멸종한 것이어서 혈액 속 DNA를 이용한 복원작업이 가능할지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말 러시아 북동연방대 등 공동연구진이 러시아 베르호얀스크 지방의 한 분화구에서 발견한 망아지의 사체. 약 4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연구진은 올해 2월 말에는 부검 중 망아지의 혈액 샘플을 확보했다. 특히 해당 종은 '레나'로 현재는 멸종한 것이어서 혈액 속 DNA를 이용한 복원작업이 가능할지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말 러시아 베르호얀스크 영구동토층 지하 30m. 이곳에서 몸길이 1m도 채 안 되는 흙투성이의 망아지 사체가 발견됐다. 무려 4만여 년 전의 것으로, 태어난 지 20일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말이었다. 말의 종(種)은 ‘레나(Equus lenesis)’. 현재는 지구상에서 멸종해 존재하지 않는 종이다.
 
그런데 망아지 사체를 발견한 러시아 북동연방대와 한국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공동연구진이 지난 2월 말, 말의 심장혈관 속에서 액체 상태의 혈액 샘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특히 연구진은 해당 종을 복원하기 위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만약 혈액 속에서 손상되지 않은 DNA가 발견될 경우 복원 연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 출현해 4000여년 전까지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m에 달하는 큰 상아와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발달한 털, 작은 귀가 특징이다. 수천만년 전 멸종한 공룡과 달리 매머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생존해,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중앙포토]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 출현해 4000여년 전까지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m에 달하는 큰 상아와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발달한 털, 작은 귀가 특징이다. 수천만년 전 멸종한 공룡과 달리 매머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생존해,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중앙포토]

말뿐만이 아니다. 2013년 러시아 랴홉스키 섬에서는 약 1만년 전 살았던 매머드의 조직과 혈액이 확보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고(古)생물의 사체가 속속 발견되면서 멸종한 동물들을 현실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길이 4m의 날카로운 어금니와 긴 코, 최대 신장 5.5m의 털북숭이 매머드가 다시 시베리아를 활보하는 날이 올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4000년 전 털매머드 부활시킬까
 
사실 화석을 이용해 고생물을 ‘부활’시킨다는 것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얘기다.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쥐라기 공원’에는 호박 화석 속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채취해 그 DNA로 공룡을 되살린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손상된 DNA는 개구리의 것으로 채워 완전한 공룡 DNA를 복원한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공상과학일 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유전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오늘날은 어떨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쥐라기 공원(1993)'에는 호박 속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 이를 통해 공룡을 복원한다는 테마가 나온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호박 속의 경우 DNA가 온존되기 힘든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손상된 공룡의 DNA를 양서류인 개구리의 것으로 보완한다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사진 쥐라기공원 캡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쥐라기 공원(1993)'에는 호박 속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 이를 통해 공룡을 복원한다는 테마가 나온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호박 속의 경우 DNA가 온존되기 힘든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손상된 공룡의 DNA를 양서류인 개구리의 것으로 보완한다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사진 쥐라기공원 캡처]

먼저 매머드다. 사실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이미 가동되고 있다.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홀로세까지 생존해 최후의 매머드로 불리는 ‘털매머드’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머드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 최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코끼리의 유전자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면 털과 긴 상아 등 매머드의 특징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편집해낼 수 있다”며 “어미 코끼리의 수정란 속 DNA에서 해당 유전자를 교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처치 교수는 2017년 2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에 약 45개의 매머드 유전자를 넣어 편집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원하는 유전자를 골라 잘라내고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매머드의 DNA는 현재 분석이 완료된 만큼, 매머드의 털이나 긴 상아, 작은 귀 등 특징을 발현할 수 있는 유전자를 편집해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 코끼리' 수정란에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원하는 유전자를 골라 잘라내고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매머드의 DNA는 현재 분석이 완료된 만큼, 매머드의 털이나 긴 상아, 작은 귀 등 특징을 발현할 수 있는 유전자를 편집해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 코끼리' 수정란에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이 같은 작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바로 매머드의 유전자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과, 분석된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유전자 합성’ 작업이 그것이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개발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신기술을 이용하면 매머드 사체 속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단시간에 해독할 수 있다”며 “거기다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합성하는 기술은 이미 십수 년 전 확보된 상태여서, 분석된 유전 데이터를 토대로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치 교수 연구진의 작업이 성공한다 해도 이는 완전한 매머드 부활이 아닌 ‘매머드의 특징을 가진 코끼리’가 탄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연구진 역시 매머드와 코끼리의 교잡종인 ‘매머펀트(Mammophant)’를 만드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복제 양 ‘돌리’ 만든 ‘체세포핵 치환 기술’, 온전한 세포핵 있어야
 
복제양 돌리는 체세포 핵 치환 기술로 태어난 첫 번째 동물이다. 살아있는 동물의 체세포 핵은 유전정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화석이나 사체의 체세포 핵은 손상 가능성이 높아 해당 기술을 이용한 종 복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포토]

복제양 돌리는 체세포 핵 치환 기술로 태어난 첫 번째 동물이다. 살아있는 동물의 체세포 핵은 유전정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화석이나 사체의 체세포 핵은 손상 가능성이 높아 해당 기술을 이용한 종 복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포토]

다른 방법도 있다. 1996년 7월 세계 최초의 복제 동물인 ‘돌리’를 탄생시킨 ‘체세포핵 치환(SCNT)’ 기술이 그것이다. 박경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맞춤의료전문연구단장은 “체세포의 핵에는 해당 동물의 유전정보가 들어있다”며 “매머드의 경우 아시아 코끼리의 난자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매머드 체세포핵을 이식해 대리모에 착상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한국·러시아 공동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말 복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그러나 “긴 시간 동안 혹한의 환경에서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체세포핵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체세포핵 치환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체세포핵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은 체세포핵 치환기술(SCNT)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 2018년 1월의 일로, 영장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중국 연구진은 체세포핵 치환기술(SCNT)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 2018년 1월의 일로, 영장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이 때문에 황우석 박사 연구진 역시 2013년 발견한 매머드 조직 및 혈액으로 복원을 시도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김진수 수석연구위원은 “약 6500만년 전까지 살았던 공룡의 경우 제대로 된 DNA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적용하기 힘들다”며 “쥐라기 공원 속 이야기는 여전히 허구에 가깝다”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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