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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경사에 왔으면 반드시 챙긴다, 최소한 받은 만큼 부조”

중앙일보와 심층 인터뷰한 5060대 33명은월 평균 2.59회 경조사에 참석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결혼식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중앙일보와 심층 인터뷰한 5060대 33명은월 평균 2.59회 경조사에 참석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결혼식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서울 동작구 한미정(62·여·서울 동작구)씨는 청첩장이나 부고를 받으면 두 딸의 결혼식 축의금 명부를 들춰본다. 결혼식에 왔던 사람의 경조사에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참석하고, 받은 돈 이상 부조금을 낸다. 한씨는 “그게 최소한의 예의이고 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세 번 이상 꾸준히 경조사에 간다. 봄·가을엔 주말마다 결혼식에 가느라 바쁘다. 경조사비로 매달 50만원 이상 들어간다. 한씨는 “부담될 때도 있지만 막내아들 결혼식 때 어차피 다 받을 거니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 최문호(59·인천 연수구)씨는 친인척과 회사 임직원은 물론 동문회·산악회·기원 회원, 심지어 사우나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의 경조사까지 챙긴다. 협력업체 직원의 조카 결혼식에 30만원을 보낸 적도 있다. 잘 모르는 사이더라도 소식을 알려준 사람의 낯을 봐서 최소 10만원을 보낸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끊임없이 청첩장과 부고가 올라온다. 최씨는 “경조사 소식을 듣고 안면몰수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나보다 윗사람이면 인사치레에서, 아랫사람이면 돌본다는 의미에서 얼굴을 비추고 돈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060세대에게 경조사비는 사회생활 유지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회원 경조사를 챙길 수 있는 모임에는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 나가기 힘들다. 중앙일보는 지난 15~17일 5060세대 3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경조사 참석은 5060세대에게 가장 잦은 사교 행사 중 하나다. 월 평균 2.59회 참석한다. 60대 이상은 월 4회 이상 참석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조금도 상당하다. 60% 이상이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20만원 이상 낸다고 답했다. 2030세대는 절반이 안 된다. 
 
초등학교 교감으로 은퇴한 김모(63·서울 서초구)씨는 동호회만 10여개다. 김씨는 “이따금 모임에 잘 나오다가 소식이 뚝 끊기는 사람이 있는데, 십중팔구 경조사비 때문”이라며 “경조사를 알고도 두세 번 부조금을 못 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빠지더라”고 전했다.  
 
10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송모(52·서울 마포구)씨는 “소속된 회사가 없으니 이전 직장 동료나 고교·대학 동창 모임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이런 사적인 모임에서는 경조사비가 곧 참가비인 셈”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수익이 아주 좋을 때 한 달 250만~300만원 버는데, 경조사비로 매달 50만원 이상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경조사비는 ‘자존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이모(52)씨는 얼마 전 대구의 상가에 가면서 다른 동창한테 부의금 전달을 부탁 받았다. 20만원이었다. 이씨는 “사실 그때까지 지방 결혼식이나 상가엔 5만~10만원, 수도권은 10만원 정도 냈는데, 그 다음부터 체면 때문이라도 20만원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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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가족과 친인척이 사회경제적 성공의 기반이던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이택광 문화평론가 겸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50대 이상은 ‘성공은 곧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며 “고향 친인척에게 자신의 성공을 인정받고 입증하는 수단으로 경조사를 두루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5060이 각종 모임에 참여해 경조사비를 챙기며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은 ‘또 다른 고향’을 만드는 활동이자 경제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끈끈한 인맥이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돼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경조사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근홍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히 5060세대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조사비를 모임의 ‘참가비’로 생각하면 경제적 기반이 약해질수록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모임을 만들기 전에 ‘경조사비는 챙기지 말자’는 원칙을 정하는 등 경제적 부담은 덜면서 사회적 관계는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상재·박형수·김태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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