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짜지만 감미로운…에로티시즘의 상징된 하몽

기자
전지영 사진 전지영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1)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편집자>
 
스페인의 전통음식 하몽은 '돼지 뒷다리 햄'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다른 유럽지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햄이다. [사진 전지영]

스페인의 전통음식 하몽은 '돼지 뒷다리 햄'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다른 유럽지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햄이다. [사진 전지영]

 
작렬하는 태양과 투우의 정렬이 살아 숨 쉬는 스페인의 음식은 비옥한 땅의 풍성함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이 있고 깊이 있고 진한 맛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생햄인 스페인의 전통음식 하몽(jamón)은 ‘돼지 뒷다리 햄’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다른 유럽지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햄이다. 
 
스페인의 다양한 과일이나 치즈와 함께 술안주로 제공되기도 하고, 샌드위치나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파에야나 파스타 등의 요리에도 사용한다. 소금에 절인 햄이기 때문에 짠맛이 강해서 달콤한 와인이나 농도가 진하고 떫은맛이 나는 레드 와인과 잘 어울려서인지 하몽은 주로 유명 와인 생산지인 스페인의 중남부지역인 안달루시아(Andalucia), 카스띠야 (Castilla), 라 만차(Castilla la Mancha) 등지에서 생산된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백화점이나 시장,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하몽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인샹그리아와 타파스를 자주 즐겨 먹는 스페인 사람에게 하몽은 한국 사람이 먹는 매일 먹는 김치처럼 일상적인 식재료이겠지만 여행객에게는 어디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정말 생소한 음식이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백화점이나 시장,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하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전지영]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백화점이나 시장,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하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전지영]

 
처음에 스페인에서 하몽을 접했을 때는 돼지고기를 생으로 먹는다는 것이 냄새가 날 것도 같고 보기에도 좀 징그럽기도 해서 선뜻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재래시장 구경을 갔다가 최상급 스페인 하몽이라며 얇게 썰어서 시식을 해보라고 주길래 입 안에 넣어보았는데 입에 착 달라붙는 부드러운 짭짤한 맛과 고급스럽고 깊은 감칠맛에 감탄하게 되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하몽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 천장에 걸려있는 하몽을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다.
 
스페인에서는 하몽의 깊이 있고 입에 짝 달라붙는 부드러운 질감을 비유하여 은유적인 의미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보내는 찬사의 용어인 ‘갖고 싶은 여자, 먹고 싶은 여자’라는 속어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정말 최고라는 감탄사로도 “하몽”을 연발하기도 한다.
 
“당신은 나의 하몽입니다”라는 말을 스페인 사람들은 사랑의 메시지로 사용된다고 하니 과히 하몽의 맛은 그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맛좋고 감미로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성적인 은유를 표현한 영화 '하몽하몽' 포스터.

스페인의 성적인 은유를 표현한 영화 '하몽하몽' 포스터.

 
하몽은 이베리아 반도에 처음 돼지가 들어온 1000년경에 먹다가 남은 고기를 소금에 절여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건조 숙성시킨 것이 시초가 되었다. 특별한 가공 공정 없이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인공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돼지 뒷다리를 천연 바닷소금에 파묻어 염장했다가 세척한 후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3달 정도 보관한다. 소금간이 조직 사이로 골고루 스며들고 수분이 제거될 수 있도록 숙성을 진행해 만든다.
 
보통 11월 첫째 주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1년 이상 숙성시킨다.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이 골고루 퍼지면서 최적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처음 무게의 30~40% 정도 건조하면 맛좋은 하몽이 만들어진다.
 
하몽의 품질은 보관하는 온도와 습도, 기간 등을 조절하여 맛과 향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 올린다. 지역마다 돼지의 품종이나 사료, 사육방식, 숙성 과정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중앙 고원의 건조한 기후 속에서 특별한 인공 감미료 없이 자연건조와 숙성을 시킨 하몽은 맛이 진하고 풍미가 뛰어나다. 영양가도 풍부하여 전 세계 미식가나 유럽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최상급 하몽 '하몽 이베리고 데 베요타'를 만드는 이베리코 돼지. 전체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하몽의 8%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고급 하몽이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Pravdaverita)]

스페인 최상급 하몽 '하몽 이베리고 데 베요타'를 만드는 이베리코 돼지. 전체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하몽의 8%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고급 하몽이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Pravdaverita)]

 
요즘은 중국에서도 마니아층이 생겼다고 하니 과히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몽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히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가 최상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다리 달린 올리브’라는 별명을 가진 최고급 하몽 이베리코(jamón ibérico)는 도토리를 사료로 키운 털이 뻣뻣하고 발굽이 까만 이베리코 돼지(cerdoérico) 품종으로 만든 것으로 다른 종에 비해 살이 빨리 찌고 마블링이 많아서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체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하몽의 8%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고급 하몽이다. 이베리코 돼지 특유의 유전자와 적당한 운동 덕분에 지방이 올레산 형태로 축적되어 우리 몸에 올리브유와 같은 영양적 효능이 있다. 따라서 육류임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얇은 종잇장 같은 하몽을 한입 베어 물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과 진한 풍미를 머금은 치밀한 조직을 느껴보면 플라멩코와 투우의 나라 스페인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