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재취업 소개해주는 '은인'은 대부분 친구 아닌 이런 사람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44)
김세권(55) 씨는 대학 졸업 후 지방에 소재한 중견생산업체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개발부서에서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IMF 때 구조조정 고비를 넘겼는가 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2009년 구매부서 차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했다.
 
다른 퇴직자들처럼 많이 방황하다 주변의 권유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한번 시작한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성격답게, 공인중개사 수험준비도 미련하리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 생각보다도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합격했다.


퇴직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지난 19일 서울시가 조사한 '2019년 1분기 개업공인중개사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등록된 개업 공인중개사는 총 2만492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만4308명보다 614명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지난 19일 서울시가 조사한 '2019년 1분기 개업공인중개사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등록된 개업 공인중개사는 총 2만492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만4308명보다 614명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 모습. [뉴스1]

 
실무 경험이 없으니 경험을 쌓기 위해 토지거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인 중개업소에서 월급은 받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켰을 때 나오는 수수료를 나누는 성공보수의 형태로 공인중개사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욕적이었으나 너무 꼼꼼한 본인의 성격이 문제였다. 이러한 꼼꼼함은 구매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토지 지주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하는 업무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결국 시작한 지 1년 만에 부동산중개와 관련된 업무를 그만뒀다. 다행히 본인의 투자금이 없으니 눈에 보이는 금전상의 손해는 없었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데 소요된 시간과 비용, 다른 일을 했을 경우 예상되는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불편했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유통업계에 종사하고 있던 친한 후배가 편의점을 소개했다. 회사에서 보유하던 편의점 운영자를 찾고 있었다. 초도 투자비용의 부담이 작고 매출도 해당 사업장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김 씨의 집에서 편의점까지 거리가 멀어 출퇴근은 힘들고, 만일 운영하려면 가족이 그곳으로 이사하든지 아니면 본인이 혼자 지내면서 운영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포기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좋았지만 온 가족이 이사하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을 고려하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일단은 본인 혼자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의 이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매장 가까운 곳에 원룸을 계약하고 편의점을 청소하고, 부서진 곳은 수리하고, 새롭게 상품을 진열하고 의욕 넘치게 편의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데 막상 운영해 보니 24시간 체제인 편의점은 혼자선 불가능했다. 시급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데 관리가 만만치 않았다. 수시로 그만두고, 출근 시간 어기고, 상품을 잘못 주문하기도 했다. 또 유효기간이 지나서 폐기하는 신선식품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부동산 중개 업무를 그만 두고 친한 후배의 소개로 편의점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의욕 넘치게 운영했지만 막상 24시간 체제인 편의점은 혼자선 불가능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시내의 한 편의점(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뉴스1]

부동산 중개 업무를 그만 두고 친한 후배의 소개로 편의점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의욕 넘치게 운영했지만 막상 24시간 체제인 편의점은 혼자선 불가능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시내의 한 편의점(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뉴스1]

 
소개했던 후배 이야기대로 매출은 해당 지역에서 2위를 차지하는데, 수익에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와 원룸 비용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다녀오는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를 빼고 나니 월수입이 100만원을 간신히 넘었다. 식비라도 줄이기 위해서 하루 3끼 중 2끼를 유통기한 지나 폐기해야 할 식품으로 해결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힘든 점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다. 결혼 이후 한 번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 적이 없던 김 씨가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왜 그렇게 아이들 생각이 나는지 이건 아니다 싶어 편의점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재계약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편의점 관두고 선배의 소개로 재취업
집으로 돌아온 후 우연한 기회에 전 회사에서 함께 지내던 선배와 저녁을 했다. 퇴직 후 지낸 이야기를 들은 선배는 재직 중인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김 씨와 같은 경력자를 필요로 하는데, 문제는 보수가 너무 적다고 조심스럽게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소개를 받은 김 씨가 더 당황했다. “아니 제가 업계를 떠난 지 5년이 되었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결국 김 씨는 그곳에서 5년 전에 하던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금세 본인이 젊어서부터 해오던 일에 익숙해졌다. 입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지방에 있는 좀 더 규모가 큰 업체에서 입사제의가 들어왔다. 가족과 떨어지는 것은 부담이 되었지만 단절된 본인의 경력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최근에는 가족 전체가 회사 근처로 이사해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청년취업과 중장년 재취업의 성패는 네트워킹에 달렸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16년 전경련이 ‘중소중견기업의 중고령자 채용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장년을 채용하는 경로로 소개 등 인적네트워크가 3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50대, 6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 미래에셋 은퇴라이프 트렌드’ 에 따르면 60.8%가 ‘직장동료, 지인 등에게 일자리 소개를 부탁한 네트워킹 활동’ 덕분에 동종업계 이직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반퇴 세대들의 14.1%가 재취업에 도움이 된 요소로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맥관리’를 꼽았다.
 
 
네트워킹 활동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교수는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56%가 개인적인 인맥의 도움을 받는다며 공식적인 구직활동에 비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은 양질의 일자리의 경우 개인적 연고에 의한 소개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준 사람들을 분석하니 자주 만나는 친한 사이는 16.7%에 불과했고, 83.3%가 가끔 만나거나 어쩌다 한 번 보는 사이였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은 취업을 도와주려는 동기가 강할 수 있지만 네트워킹 환경이 비슷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오히려 친구의 친구, 어쩌다 보는 연결성이 약한 사람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어 폭넓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관계망이 발달한 지금은 더욱 적극적인 네트워킹 노력이 필요하다.
 
위 사례자의 경우처럼 경력이 단절된 경우 ‘징검다리 취업’도 고려해야 한다. 전보다 연봉이나 근무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일단은 경력을 복원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한 발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