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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왜 다 잘 살아야 하나"…박상기 찾아간 삭발 로스쿨생

 

로스쿨생 양필구 씨가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부르고 있다. 백희연 기자

로스쿨생 양필구 씨가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장을 나서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부르고 있다. 백희연 기자

 
"학생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주세요"  
 
제56회 법의 날 기념식이 끝난 25일 오전 11시. 머리를 하얗게 삭발한 한 로스쿨생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수차례 불렀다. 무릎도 꿇으려 했다. 사흘 전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앞에서 "후배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며 삭발을 했던 전남대 로스쿨생 양필구(34)씨였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맞불 집회가 열린 가운데 전남대 로스쿨 7기 양필구 씨가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맞불 집회가 열린 가운데 전남대 로스쿨 7기 양필구 씨가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박 장관의 답을 듣지 못했던 양씨의 요구는 단 하나.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해달라는 것.

양씨는 "변호사 수를 제한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며 "변호사는 다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잘못된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주장에 선배 법조인들은 "변호사 숫자만을 늘리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고 반대했다.

로스쿨생들은 "선배들이 벌써 기득권이 된 것"이라 했고 변호사들은 "후배들이 업계의 현실을 잘 모른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중앙일보는 이날 양씨를 찾아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 기습시위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장관을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면 학생들 열망이 전해지지 않을까 해서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된 것 같다."    
 
양씨는 고개를 떨궜다. 기념식에서 법무부는 특권과 반칙이 처벌받고 정직한 사람들이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은 홍보영상을 틀었다.  
 
뒤에서 계속 지켜보던데, 기념식에 오니 기분이 어떤가.
"허탈하다. 오늘 기념식에서 이야기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국민을 위한 사회가 아닌 것 같다. 정작 국민인 우리 학생들의 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로스쿨 학생인 양씨는 아직 변호사 시험을 본 적이 없다. 졸업 후 5년 안에 다섯 차례까지 주어지는 변호사 시험 기회가 양씨에게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졸업 후 시험만 통과하면 되는 양씨가 대한변호사협회나 한국법조인협회와 각을 세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변호사 시험에 붙으면, 본인도 법조인이 되는 거다. 혼자서 그냥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주변에 법조인이 되기 전과 후가 다른 사람들이 많다. 한국법조인협회만 해도 다 로스쿨 졸업생들인데 오히려 이제는 나서서 로스쿨 입학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수가 적을수록 기존 법조인들에게는 이익이니 '밥그릇 싸움'하는 거다. 변호사 수를 제한해서 피해 보는 건 로스쿨생들뿐 아니라 국민도 마찬가지다. 이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낮아진 변시 합격률, 혼란스러운 로스쿨생들

 
로스쿨생들은 어떤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건가.
"변호사 수가 늘어나자 법조계가 로스쿨생들의 실력이나 시장의 수요 등을 이유로 들어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원래 자격 시험처럼 치러지던 변시의 합격률도 낮아졌다. 재시험을 보는 로스쿨생들이 쌓인다. 오탈자도 늘어났다. 그들은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한다."
 
2010년 1회 변시 응시자는 1665명이었는데, 2017년 7회 때는 324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441명(2018년 12월 기준)의 오탈자도 생겼다. 26일 변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오탈자는 더 늘어난다. 
 
법조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법무부는 26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변시 합격자 결정 기준을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2010년에 정한 ‘로스쿨 입학정원의 75%(1500명) 이상’이라는 변호사시험 합격 기준을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는가.
"먼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고, 오탈제도 폐지를 해야 한다. 묶여있는 변호사 수 제한을 푸는 거다. 법조인 숫자가 늘어나면 경쟁력 있는 법조인들이 늘어난다. 법무사 변리사 등 유사직역도 정리된다. 자연스럽게 선진국형 법조 시스템을 따라가는 거다."
 
로스쿨생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건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

 
또 양씨는 변호사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 자격증은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획득하는 일종의 ‘타이틀’이다. 변호사는 당연히 다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게 전제다. 그런데 변호사도 자영업의 일환이다. 어떤 식당은 장사가 잘되고 어떤 식당은 장사가 잘 안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들의 소득 격차 벌어지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그게 왜 문제인가. 변호사 타이틀만 따면,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는 거다."  
 
국민을 위해 더 많은 법조인이 필요하다는 건 어떤 뜻인가.
"사법시험 꼴등 했다는 사람이 사고 쳤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좋은 법조인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변호사로 치면 평범한 사람이 상담받으러 갔을 때 한 번 더 물어봐주는, 그런 사람들이 좋은 법조인이다. 수를 제한하는 건 좋은 변호사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 거다."    
 
양씨는 "법조계가 진정 국민에게 좋은 방향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며 "그게 국민에게도, 로스쿨생들에게도 살길이다"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양씨가 속해있는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법원협)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날인 26일 법무부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고 변시의 자격시험화와 오탈제 폐지를 주장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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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