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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삼각 연대, 복잡해진 비핵화 방정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간) 전용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다. 52시간 러시아 방문의 마지막 일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전몰용사 추모 시설인 ‘꺼지지 않는 불꽃’ 헌화였다. 이후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방문 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 환영 조찬을 했던 ‘레스나야 자임카’에서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지사와 오찬을 함께했다.
 
전날 김 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곧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하노이 ‘노딜’ 이후 두 달 만에 미국을 겨냥한 북·중·러 삼각 연대는 이렇게 모양새를 갖췄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의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로 최근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이란 전날 확대회담 발언의 연장선이었다. 4·12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이어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빅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에 달려 있으며 한반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회가 아직도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하면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협상 외에 다른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에 맞서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모든 상황에 대비하며 버티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은 서두르지 않고 북한의 반응을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며 “김 위원장도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만큼 당분간 지금과 같은 교착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체제 보장 문제도 교착 상태 장기화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같은 날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에서 “법적으로 전쟁 단계에서 평화 체제로 이전하는 협상을 적극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는 러시아 타스통신의 보도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체제 보장 이슈가 물론 북한의 새로운 요구는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쟁점이 제재 완화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체제 보장으로의 쟁점 변경은 협상의 기본 틀을 흔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제재 완화를 간절히 원하는 만큼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의 유지 또는 강화만으로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힐 수 있을 것이란 미국의 통념을 뒤집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푸틴 대통령이 핵 군축과 관련해 북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 외교 접근법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미국은 북·러 회담 결과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기존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북·미 간 접촉은 조만간 재개되겠지만 북·미 모두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작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까지 시간이 지나갈 가능성이 꽤 있다”고 우려했다.
 
차세현 기자,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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