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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각과 행동…‘근본 텍스트’가 좌우

글이 만든 세계

글이 만든 세계

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까치
 
세상의 본질이나 핵심은 뭘까. 과학기술일까. 『글이 만든 세계』를 읽은 독자들은 “글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저자인 마틴 푸크너 하버드대 석좌교수(영문학·비교문학)는 오늘을 만든 ‘근본 텍스트(foundational text)’를 선정해 소개한다. 그가 정의하는 근본 텍스트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세상 속에서 우리가 행동하는 양식을 바꾼 텍스트”다.
 
푸크너 교수가 선정한 근본 텍스트에는 『성경』 『금강경』 『논어』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쿠란』 『공산당선언』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마야 문명의 서사시 『포폴 부』, 서아프리카 말리 제국(1235~1670)의 건국 신화인 『순자타 서사시』도 포함됐다.
 
다음처럼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최초의 인쇄본 『쿠란』은 중동이 아니라 1537년 베네치아에서 제작됐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는 산스크리트어 희곡 『샤쿤탈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괴테가 1827년에 만든 세계문학(Weltliteratur, world literature)이라는 말은 『공산당선언』 에 영감을 줬다.
 
문자의 탄생 이래 말과 글은 미묘한 갈등·경쟁 관계에 놓였다. 문자를 거부한 세력이 있었다. 고대 인도의 사제들은 성스러운 이야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까봐 한동안 성전(聖傳)의 문자화를 거부했다. 고대 이집트의 서기들은 문자를 비밀 속에 가둬 그 힘을 독점하려고 했다.
 
저자는 인류의 성현(聖賢)인 부처·공자·소크라테스·예수가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자화는 성현의 제자들의 몫이었다. 말과 글의 경계에서 문명이 탄생했다.
 
누구도 말의 문자화라는 대세를 막을 수 없었다. 엘리트 집단의 독점 시대가 저물고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개막했다. 『글이 만든 세계』는 “우리는 제2의 대폭발 직전에 서 있다. 글로 만들어진 세계는 다시금 변화를 앞두고 있다”라는 말로 끝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책을 쓰는 시대가 이미 개막한 것일까.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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