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양건축은 조각성, 중국은 회화성 강조”

건축의 의경

건축의 의경

건축의 의경
샤오모 지음
박민호 옮김
글항아리
 
‘의경(意境)’이란 말은 중국 고전 문예비평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념으로, 작가의 사상과 정서가 외부의 사물이나 풍경과 조화됨으로써 나타나는 정취를 의미한다고 한다. 중국의 저명한 건축사학자인 샤오모(1938~2013)가 책의 제목(원제: 建築的意境)으로 사용한 이 단어를 한국어판 제목에 똑같이 쓴 것은 건축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는 중국식 뉘앙스를 담아보려는 의도일 것이나, 한국인 독자에게 쉽게 와 닿지는 않는 듯하다.
 
책은 동서양 건축의 역사와 특징을 한 권에 담아냈는데, 사실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세계건축』(1991), 『중국건축예술사』(1999), 『세계건축예술사 총서』를 집필해온 저자가 궁리 끝에 사용한 방법은 ‘비교문화’적 접근이다. 왜 서양 건축은 석재를 중국 건축은 목재를 많이 썼는지, 왜 서양 건축에서는 교회 건축의 성취가 중국에서는 궁전 건축의 성취가 가장 뛰어났는지, 왜 서양 건축은 높이 솟아오르고 중국 건축은 옆으로 퍼졌는지, 서양의 정원과 중국의 원림(園林)은 어떻게 다른지 등의 의문을 던지며 풀어내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자유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것으로 당시 건축 작업장에서 노동하는 노예의 수는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거나, 고대 로마에서 아치형 혹은 반구형 궁륭이 발달한 이유는 물과 섞으면 단단해지는 화산재가 주변에 많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는 흥미롭다.
 
저자 샤오모가 그린 동서양 주요 건물들의 체적 비교. 건물의 크기와 높이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① 톈진 독락사 관음각 ② 산시성 잉현 불궁사 석가탑 ③ 베이징 천단 기년전 ④ 베이징 자금성 태화전 ⑤ 이집트 쿠프왕의 피라미드 ⑥ 로마 성 베드로 성당 ⑦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파고다 ⑧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⑨ 독일 쾰른 대성당 ⑩ 로마 만신전 ⑪ 노트르담 대성당

저자 샤오모가 그린 동서양 주요 건물들의 체적 비교. 건물의 크기와 높이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① 톈진 독락사 관음각 ② 산시성 잉현 불궁사 석가탑 ③ 베이징 천단 기년전 ④ 베이징 자금성 태화전 ⑤ 이집트 쿠프왕의 피라미드 ⑥ 로마 성 베드로 성당 ⑦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파고다 ⑧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⑨ 독일 쾰른 대성당 ⑩ 로마 만신전 ⑪ 노트르담 대성당

최근 화재가 발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해서는 “초기 고딕 건축의 성숙한 작품이자 세계 건축 예술사의 걸작”이라고 말한다. 쿠프왕의 피라미드가 거의 4000년 동안 보유했던 세계 최고(最高) 건축물 기록을 깨뜨린 독일 쾰른 대성당과 비교하면서 “쾰른 대성당은 노트르담 대성당에 비해 더욱 날카롭고 수척하여 기독교가 선양하는 탈속의 정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 역시 눈길을 끈다.
 
“서양 건축의 출발점은 면(面)이고 완성은 집체적 덩어리 형태의 체(體)이기 때문에 강렬한 부피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은 “중국 건축의 출발점은 선(線)이며 그 완성은 펼쳐져 면을 이루는 군(群)”이라는 말과 완벽한 대구를 이룬다. “중국 건축은 회화성이 강하고 서양 건축은 조각성이 강하다” “중국의 원림은 자연적인데 반해 서양의 그것은 기하학적이며, 자연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존중과 순종이라면 서양의 태도는 정복과 개조”라는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중국은 아름다움이 지니는 깊이를, 서양은 형식미와 외적 표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중국인이라 그렇긴 하겠지만, 곳곳에서 ‘중화(中華)’ 사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좀 거슬린다. 중국 건축을 설명하면서 자화자찬 격의 화려한 형용사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타계한 지 1년 뒤 출간됐다. 핵심을 관통해 종횡무진 오가며 독자 눈높이에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요즘식’ 인문학 서적의 구성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진행 방식이 친절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