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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공영방송의 자리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KBS가 또다시 편파 논란에 휘말렸다. 자유한국당은 잇단 ‘정권편향’ 보도를 비판하며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를 꾸렸다. 보수성향의 KBS공영노조는 경영진을 향해 “특정 노조와 손잡고 정권에 방송을 헌납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진보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주문한 ‘공영방송 바로세우기’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어째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 때 임명된 사장·이사진이 물갈이된다. 보도의 지향점이 달라진다. 정치세력간, 노사간, 노노간 갈등이 반복된다. 정권 따라 공·수만 바뀔 뿐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 야권은 늘 KBS에 불만이다. 공정성,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는 한국 방송의 과도한 정치병행성, 정치예속성이라는 문제가 있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정권은 방송을 놓지 못하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사실상 ‘장악’한다. 재원구조도 애매하다. 방송의 ‘정책’ 이슈는 곧 ‘정치’ 이슈가 된다. 이처럼 방송을 지배하는 정치적 이해, 과도한 정치논리에서 벗어나는 ‘탈정치화’ 없이 지금 공영방송을 둘러싼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우리 공영방송이 모범으로 삼는 영국 BBC는 ‘2018/2019 애뉴얼 리포트’에서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인터넷 플랫폼과 경쟁”을 선언하면서 “상업적 프로그램이 아닌 공익적 콘텐트로 승부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공익적 책무에 충실한 차별화된 콘텐트를 통해 상업 미디어 일반과 경쟁하며, 세계적으로도 흔들려가는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를 찾겠다는 의미다.
 
이 기준으로 봐도 KBS는 실망스럽다. 강원도 산불사태 때 부실한 재난방송은, 국가기간 방송으로서 존재 의의를 의심케 했다. 늑장 대응에 제대로 된 장애인 수어 통역도 없었다. SNS 등 여타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아 오직 올드미디어에 의존하는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일수록 문제가 더 심했다. 내용도 재난(산불)에 대한 현지인의 대처가 아니라, 외부인을 위한 실황 중계에 머물렀다.
 
KBS는 유사 중간광고를 위한 ‘예능 쪼개기’에도 뛰어든다. 예능 프로그램을 2~4부로 쪼개 그사이에 단가 높은 프리미엄 광고(PCM)를 넣는 방식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시청권 침해에, 방송법 망을 피한 편법· 꼼수라는 비판이 높다. 그간 MBC, SBS에 이어 이번 주말부터 KBS도 가세한다(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또 ‘닥터 프리즈너’ 등 5개의 KBS 드라마에 대해서는 방송스태프 노조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기도 했다. 장시간 촬영 같은 열악한 제작환경을 고발했다. 거기에 잠정 중단 중이지만 ‘물의 연예인 집합소’란 평을 받은 ‘1박2일’도 있다. 여타 상업방송과 진배없는 행보다. 굳이 공익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프로그램 영향력이나 퀄리티 면에서 변변하게 기억남는 프로그램도 없다.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콘텐트로는 ‘탈정파 저널리즘’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정파성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해도 우리처럼 이념적 양극화가 심할 수록 중간지대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게 으뜸가는 ‘공영성’이 아닐까 하는 얘기다.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극우에서 극좌까지 정치사상이 백가쟁명 하는 시대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아우르고 편 가르기 대신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역할, 가짜뉴스· 탈진실의 시대 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 상업주의에 맞선 공익성과 다양성의 수호자. 시청자가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내며 공영방송에 거는 기대도 그런 것이다. 스스로가 특정 정치 이념으로 무장해 반대편을 악마화하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일이 공영방송의 본령일 수 없다. 자칭 “국민의 방송, 한국방송”이라는 KBS. 그런데 그 국민은 과연 누구인가.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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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