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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러 밀착, 비핵화의 장애물 돼선 안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국제사회는 4·27 판문점 선언 1주기에 때맞춰 8년 만에 이뤄진 북·러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진하는 촉매가 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그런 기대에 역행하는 측면이 감지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 말했다. 당분간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면서 중·러 공조로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도 “북한은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해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체제 보장을 논의할 때는 6자 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의 발언을 종합하면 남·북·미 중심이던 비핵화 프로세스에 러시아가 끼어들고 6자 회담 논의까지 부활한 형국이라 협상이 한층 복잡해질 공산이 커졌다. 푸틴 대통령은 아마도 러시아의 대 한반도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6자 회담을 거론했을 것이다. 이는 북·미 간에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의 틀을 뒤흔드는 엇박자 공세다. 우리 정부의 전략과도 충돌한다. 북핵은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다. 북미협상 결과를 추인해주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는 6자 회담으로 대화 테이블을 아예 바꾸는 건 적절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 근로자들은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책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우려스럽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연말까지 귀국시켜야 할 북한 노동자 1만1000여명을 잔류시켜 대북 제재 망에 구멍을 낼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전무한 마당에 러시아가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면 국제사회가 추진해온 ‘최대 압박’ 전략은 힘을 잃고 북한의 비핵화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추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핵 비확산 체제(NPT)의 양대 주역이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의 제재 결의를 준수하는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러정상회담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러시아의 리더십도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4일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경로를 변경할 것”이라며 군사 압박 선회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제재를 피하는 우회로를 찾는 건 헛수고일 뿐이다. 러시아에 기대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오직 비핵화 ‘빅딜’에 응하는 결단을 내릴 때에만 북한의 살 길이 열린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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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