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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워라밸보다 중요한 것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직원 300명 이상인 기업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정확히 300일이 지났다. 너무 일에만 매이지 말자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이미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생산성 향상이다. 이를 위해 사무공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커피머신이 있는 탕비실을 갖추는가 하면, 유연·집중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못지않게 ‘똑똑한 일하기’를 원하는 게 직원들이다. 업무 효율화가 안 되면 워라밸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기업문화다. 직장에서 문화란 사내 음악회나 반바지 허용이 아니라 ‘업무 방식’ 그 자체다. 하지만 지난 연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실태 보고서에서 나타난 국내 기업 업무방식의 종합점수는 100점 만점에 고작 45점이었다. 당시 드러난 문제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듣는 직장인들의 하소연과 일치한다.
 
우선 소통이다. 원활한 소통의 척도는 회식이나 워크숍이 아니다. 아랫사람이 편안한 마음으로 상사와 다른 의견이나 업무 개선 사항을 말하고 석연치 않은 내용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상사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업무 방향을 설명하고 지시해야 한다. ‘알아서 잘해봐’ ‘척하면 척, 알지?’ 식의 모호한 지시를 해석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일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A차장은 “경영진 관심 사항이라며 독촉해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기다려도 OK는 나지 않고 별다른 설명도 없어 업데이트만 30번 정도 한 것 같다”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다”고 했다.
 
회의 방식도 문제다. 정보기술 기업 시스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가장 비효율적인 업무 시간으로 회의를 꼽았다. 하루 업무 시간의 무려 37%를 회의에 쓰고 있는데 그 시간의 절반이 비효율적 논의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회의는 ‘굵고 짧은’회의다. 참석자 전원이 안건을 숙지하고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한 뒤 참석해야한다. 리더는 회의 중간 중간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며 ‘정리’를 해 줘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도 문제지만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시간만 길어지는 회의는 최악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은 신산업이나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매일의 업무 방식 혁신이야말로 혁신성장을 이루는 가장 신속한 길이다.
 
이소아 이노베이션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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