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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불태우는’ 넷플릭스, 디즈니와 힘겨운 싸움 예고

시험대 오른 스트리밍 혁신의 아이콘
진 먼스터

진 먼스터

“이제부턴 쉽지 않다.” 영상 스트리밍 대명사인 넷플릭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 벤처펀드인 루프벤처스의 공동 설립자 진 먼스터의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보기술(IT) 최고 투자자(Best On the Street)로 선정한 인물이다. 최근 그가 미 경제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중앙SUNDAY가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당신은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이 시원찮다고 평가했다.
“맞다. 그렇게 말했다. 넷플릭스는 요즘 현찰을 불태우고 있다.”
 
현금을 불태우고 있다니….
“지난해에만 회사 금고에서 현금 30억 달러(약 3조48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넷플릭스가 영화관이나 TV에서 방영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사다가 다시 틀어주다가 이제는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처음 틀어주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게임 등이 늘어나는 반면 뭉칫돈이 제작비로 나가고 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더 뛰어날 듯
 
구독료 수입이 있으니 문제 없지 않을까.
“넷플릭스는 현재 돈은 많이 쓰면서 구독료는 적게 받고 있다(spending more, charging less).”
 
실제로 넷플릭스의 경쟁회사인 HBO는 2017년 콘텐트 제작 등에 25억 달러를 썼다. 반면 넷플릭스는 80억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에 넷플릭스 제작비용 등은 130억 달러로 늘어났다. 올해엔 15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적자를 내지 않았다. 12억 달러 정도 흑자였다. 하지만 마켓워치는 “비용과 부채를 반영하지 않은 회계모델에 기반한 순이익”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디즈니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선다. 넷플릭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상당히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여기 미국에서는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이 시작됐다고 한다. 애플과 아마존 등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세했다. 이런 와중에 강력한 디즈니가 나섰다.”
 
디즈니가 왜 강한가.
“넷플릭스의 기존 경쟁자인 HBO는 AT&T와 워너미디어 자회사다. 이들 회사의 콘텐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HBO와 경쟁을 하던 넷플릭스가 디즈니와도 상대하게 됐다. 디즈니는 막강한 ‘콘텐트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
 
콘텐트 라이브러리가 그렇게 중요한가.
“콘텐트 라이브러리는 쌓아둔 영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이다. 넷플릭스는 오래전에 설립됐지만, 디즈니만큼 쌓아둔 콘텐트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지 않다. 새로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들거나 사와야 한다. 기존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경쟁 지형이 넷플릭스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호적이지 않다. 더구나 디지털TV와 통신회사인 콤캐스트가 디즈니와 협상 중이다. 일부 사업 부문을 디즈니에 팔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디즈니는 콤캐스트가 보유한 고객 정보 등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욱 강력해질 듯하다.”
 
넷플릭스의 주요 수입원은 구독자들이 내는 월간 사용료다. 최근 넷플릭스는 미국 내 구독자들에게 가격 인상을 알렸다. 가장 저렴한 가격을 월 8달러에서 9달러로 올린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디즈니는 올 11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월 6.99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애플도 올가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인데, 사용료를 디즈니 수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도 넷플릭스는 월간 사용료를 올렸다.
“콘텐트의 매력이 아직 강력하다. 지난해 ‘더 크라운(The Crown)’ 등 작품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TV 드라마 등에 주는 에미상도 많이 받았다.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 구독자를 붙잡아 두고 사용료도 어느 정도는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넷플릭스 구독자 10%는 이탈 가능성
 
왜 그런가.
“기자는 어릴 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는가? 디즈니는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아주 폭넓고 충성스런 팬을 보유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도 탁월하다. 자본력도 막강하다. 최근 분석 결과를 보니, 디즈니가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넷플릭스 구독자 가운데 10% 이상이 디즈니로 이동한다고 한다.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의 또 다른 약점이 드러날 듯하다.”
 
무슨 뜻인가.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낸 사용료에 기반하고 있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매출의 거의 100%가 가입자의 수수료다. 드라마 제작 등에 뭉칫돈을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말까지 현금자산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금 유출을 줄이려면 월 10달러짜리 사용료를 내는 구독자 3000만 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디즈니 등 강력한 경쟁자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수익원은 없을까.
“넷플릭스가 광고 비즈니스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기는 하다. 고객이 본 영상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그들의 선호를 분석하고 여기에 맞춰 광고를 한다는 전략이다. 성공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스트리밍 전쟁에서 루저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은 업종 내 순이익률 등을 평준화시키지 않는가.”
 
넷플릭스 앞날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제까지 넷플릭스는 좋은 시절을 보냈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쉽지 않아 보인다. 넷플릭스의 진짜 경쟁력이 드러날 때가 오고 있다.”
 
넷플릭스, 페북 따라하기? 고객 데이터 활용 광고 만지작
넷플릭스가 페이스북을 닮아간다? 제이슨 미텔 미국 미들버리칼리지 교수(미디어)는 최근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에 쓴 칼럼에서 ‘넷플릭스의 SNS화’ 가능성을 짚었다. SNS화는 치열해지는 경쟁, 나날이 늘어나는 콘텐트 제작비용 등 넷플릭스가 도전을 뚫고 생존하기 위해 모색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처럼 바뀐다는 얘기는 아니다. 구독자가 남긴 흔적을 이용해 광고 비즈니스를 벌인다는 얘기다. 미텔 교수는 구독자의 입맛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공짜이고 사용자가 벌어주는 수입”이라고 했다.
 
구독자의 입맛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미텔 교수에 따르면 넷플릭스 개발자들은 고객의 클릭 데이터를 바탕으로 10초 안에 원하는 영상을 열어볼 수 있도록 TV의 첫 화면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같은 메커니즘을 광고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구독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광고 비즈니스는 페이스북 등이 현재 하고 있다.
 
SNS 광고 비즈니스는 넷플릭스 경영자들에겐 낯설지 않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해스팅스는 페이스북 이사다. 최근 사임을 발표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사로 활동하면서 SNS 회사들이 고객이 남긴 발자취를 활용해 어떻게 광고 비즈니스를 하는지 사실상 체험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광고 비즈니스로 디즈니 등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미텔 교수는 “순이익 폭을 좀 키우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봤다. 그의 예측은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공동창업자와 거의 비슷하다.  
 
먼스터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넷플릭스 광고 비즈니스 등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당 360달러를 웃돌고 있는 주가를 두고 한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주식시장이 넷플릭스 성장성 평가에서 실수하고 있는 듯하다”며 "현재 주가는 너무 고평가 돼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진 먼스터 벤처투자회사인 루프벤처스 공동 설립자다. 루프(Loup)는 프랑스어로 늑대를 뜻한다. 그는 “아주 영리하고 용맹한 늑대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루프벤처스를 세우기 앞서 그는 독자적으로 애플을 분석해 월스트리트에서 명성을 쌓았다.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냉정하고 독립적인 평가로 “금융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경제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그는 미네소타에 있는 세인트토머스대학에서 금융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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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