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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출입국 심사대에서 적발된 혈액 샘플 142개, 알고보니

지난 3월 말 중국 선전(深圳) 뤄후(罗湖) 출입국 심사대, 12세 아동이 소지한 가방 속에서 혈액 샘플 142개가 발견됐다. 혈액을 가지고 뤄후 국경을 넘으려다 적발된 것은 올해 들어 두번째이며, 142개라는 숫자는 최근 2년래 일어난 불법 혈액 운반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혈액 샘플이 발견된 책가방의 주인, 12세 여자아이는 매일 선전과 홍콩을 오가며 통학하는 학생이었다. 그녀가 운반한 혈액 142개는 모두 임산부들의 혈액으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가 임산부의 혈액을 가지고 국경을 넘다니...도대체 왜 그런걸까?
적발된 혈액 샘플 [사진 선전신원왕]

적발된 혈액 샘플 [사진 선전신원왕]

 
"혈액 샘플을 보내 성별 검사를 하려고 했을듯,12세 여아는 (운반책으로) 이용당했고"
 
얼마지 않아, 중국 SNS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한 의사의 글. 그는 태아의 성별을 알아내기 위해 임산부의 혈액 샘플을 보내려한 것이라고 이 뉴스를 해석했다.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어린 여자아이를 운반책으로 이용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사실 이같은 일이 중국에서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지난 2016년 저장(浙江)성 원저우(温州)에서 적발된 '혈액 샘플 운반' 사건은 중국 전역에 걸친 희대의 사건이었다. 당시 중국 30여개 성(省)과 시(市) 총 5만 여명의 임산부가 연루됐으며, 그로인해 파생된 지하경제 규모가 2억 위안(약 34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위험을 감수하고 혈액 샘플을 국경 밖으로 보낼 만큼, 태아 성 감별이 그토록 절실했던 것일까. 만일 여자 아이인 것으로 판별됐다면.. 그 이후의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다.
적발된 혈액 샘플 [사진 선전신원왕]

적발된 혈액 샘플 [사진 선전신원왕]

 
중국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다.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2017년 세계 성별차 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전세계 144개 경제체 가운데 중국 여성의 생존 및 건강 지표가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0-6세 여자 아이의 10%가 사라진다는 인구 통계 결과도 있다. 2014년의 경우, '사라진 여아'의 수가 20만 명에 달했다.
 
'사라진 여아'란 성별 검사 후 인공유산되거나 출산 후 버려져 생명을 잃은 경우를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와 관련한 보도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2015년 실종된 줄 알았던 여자 신생아가 알고보니 친할머니가 데려가 '처리'하려했음이 밝혀졌고, 2017년 창수(常熟)에서는 7세 여아가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엄마에게 맞아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8년에도 광둥(广东) 모처에서 친아버지가 갓 태어난 딸을 낭떠러지에 버린 일이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산아제한이 심했던 시절 '헤이하이즈'(黑孩子 호적없는 아이)의 대부분이 여자 아이였던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2016년을 기점으로 두자녀 출산이 전면 허용됐지만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둘째라도 남자아이를 낳아야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게 뭔소린가' 싶겠지만 중국 네티즌 댓글을 보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딸을 더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적어도 한명은 아들이어야 한다는 고민을 해본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나도 둘째가 또 딸이어서 수술을 해야하나 고민을 했었다..."
 
"딸이라고 포기한 사람들..나중에 며느리 못 얻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차라리 성별 검사를 합법화했으면 좋겠다."
 
"'남아 선호'는 아시아 국가들의 고질병인듯 "
 
"요새는 딸을 더 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이제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본다"
 
2019년 3월, 중국 내 시청률 1%를 넘기며 주목받은 드라마 '도정호(都挺好 더우팅하오)'. 일각에서는 드라마에서 그리는 아들-딸 차별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있었지만,이 작품에 중국 시청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2016년 국내에서 발표된 한권의 책이 베스트셀러이자 논란의 중심이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른 문제는 다 차치하고라도,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아들을 낳으려는 부모와, 또 그 마음을 교묘히 파고들어 300억 원 규모의 지하경제가 생겨났다는 현실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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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