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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십자가의 땅에서 VR 체험과 영상쇼를 즐겼다

 이스라엘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옛날 옛적부터 떠올린다.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성서와 십자군 이야기가 주류다. 하지만 4월 초 직접 보고 체험하며 느낀 이스라엘은 한마디로 ‘21세기의 핫 스팟’이었다.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발산했다. 유대 전통에 아랍 문물, 지중해 특산물에 동유럽 문화가 온통 뒤섞여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다문화’의 향기를 냈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다양한 맛과 멋을 즐기며 현대적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8일간의 여행기를 전한다. 
역사의 현장인 예루살렘 구시가지 ‘통곡의 벽’은 첨단과학으로 거듭났다. 안내소에서 고대 성전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지하터널에서 고고학 발굴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채인택 기자

역사의 현장인 예루살렘 구시가지 ‘통곡의 벽’은 첨단과학으로 거듭났다. 안내소에서 고대 성전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지하터널에서 고고학 발굴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채인택 기자

 

21세기 이스라엘 여행기
동서 역사·문명 어우러진 핫 스팟
황량한 화성 풍경의 네게브 사막
휴양지 사해·홍해, 면세도시 변신

 화성에 선 듯한 라몬 분화구
 이스라엘의 숨은 경이의 하나가 사막이다.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부 네게브 사막 여행은 시작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온통 녹색이던 주변은 네게브로 접어들면서 흙빛으로 바뀌었다. 사막은 단색의 모래밭이 아니었다. 온갖 기하학적 무늬가 대지와 언덕에 새겨져 있다. 비가 올 때만 흐르는 와디(건천)가 억겁의 세월 동안 바위를 침식해 만든 기묘한 지질학적 풍경이다. 
네게브 사막 중간에 자리잡은 라몬 분화구. 채인택 기자

네게브 사막 중간에 자리잡은 라몬 분화구. 채인택 기자

 사막 중간에 자리 잡은 ‘막테슈 라몬(라몬 분화구)’은 경이로웠다. 이 거대한 분화구를 처음 본 순간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이 찬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과는 전혀 다른 메마른 대지가 너무도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길이 약 40㎞, 넓이 2~10㎞, 깊이 200m의 접시 모양의 대지다. SF나 탐사 영화에 나오는 살풍경한 우주의 모습은 이렇게 지구에도 존재했다.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그 황량한 풍경이다. 실제 ‘마션’의 촬영은 이스라엘 사막과 모습과 조건이 비슷한 이웃 요르단에서 이뤄졌다. 분화구가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서니 마치 화성에라도 온 듯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자연·기술·역사가 뒤섞인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의 매력적인 여행지다. 바위가 풍화한 ‘솔로몬의 기둥’. 채인택 기자

자연·기술·역사가 뒤섞인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의 매력적인 여행지다. 바위가 풍화한 ‘솔로몬의 기둥’. 채인택 기자

 
 사막은 비밀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네게브의 또 다른 매력은 남부에 있는 ‘팀나 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수억 년 정도는 기본으로 하는 지질학적 활동 현장과 수천 년 전의 인류 발자취가 나란히 있었다. 울퉁불퉁한 산악 지형의 사막을 한참 지나니 거대한 돌기둥이 보였다. ‘솔로몬의 기둥’으로 불리는 지질학적 구조물이다. 거인이 건설하다 중단한 초대형 신전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런 구조물에 그런 신화급 사연을 입히고 이름 붙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형물의 한구석에 수천 년 전에 만들었을 고대 이집트 신전 터가 보였다. 인간이 자연에 압도되면서 신을 찾은 것일까? 
고대 구리 광산 유적지의 버섯 바위. 채인택 기자

고대 구리 광산 유적지의 버섯 바위. 채인택 기자

 인근의 ‘팀나 오아시스’를 찾았다. 거대 연못 앞에는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극장식 야외공연장이 자리 잡았다. 건조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은 무료다. 주변의 물을 모아 만든 인공 오아시스다. 인간이 자연에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이스라엘이 사막에 양어장을 만들어 물고기를 양식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인공 오아시스를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으로 쓸 줄은 몰랐다. 
 나오다 보니 고대 구리 광산의 흔적이 보인다. 버섯 모양으로 풍화한 거대 바위 앞에 수천 년 전 인간이 구리를 제련하고, 도구를 만든 작업장이 보였다. 그 입구에 고대 이집트 신을 모시는 작은 신전 터가 있었다. 노동에 지쳐 신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사막은 말이 없었다. 
지하수를 모아 만든 팀나 오아시스. 극장식 야외 공연장도 있다. 채인택 기자

지하수를 모아 만든 팀나 오아시스. 극장식 야외 공연장도 있다. 채인택 기자

 
 4월인데 물속이 따뜻했다 
 네게브 사막 남쪽 끝에 있는 인구 5만 명의 항구도시 에일라트에 도착했다.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이스라엘이 홍해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다. 해안선이 동서로 11㎞에 불과하며 서쪽으로 요르단의 아카바, 서쪽으로 이집트의 타바가 붙어 있다. 수평선 쪽으로 어렴풋이 사우디아라비아도 보였다. 한꺼번에 4개국 바다를 동시에 보는 경험이 독특했다. 
 에일라트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해상 리조트 타운이다. 바닷가는 깔끔한 호텔과 리조트로 넘쳤다. 연중 물이 따뜻해 스킨스쿠버를 비롯한 수상 스포츠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수심 6m의 바닷속에서 돌고래와 산호, 그리고 물고기 떼를 보며 헤엄칠 수 있는 ‘돌고래 다이빙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1도였는데 물속은 따뜻했다. 
홍해 리조트 도시인 에일라트의 수중 전망대. 채인택 기자

홍해 리조트 도시인 에일라트의 수중 전망대. 채인택 기자

 에일라트 서부의 산호 해변에는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산호 월드 수중 전망대’가 있다. 두꺼운 유리 전망창을 통해 살아있는 산호 사이로 수상 생물이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양연구원 나데브는 “850종 2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서식한다”라고 소개했다. 
 
 예루살렘 지하에 거대한 성채가 
 예루살렘에 도착한 뒤로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이른바 ‘예루살렘 충격’이다. 책이나 영상물로 고대와 중세의 예루살렘만 상상하던 사람이 현대 도시 예루살렘에 도착하면 흔히 느낀다는 쇼크다. ‘예루살렘 스톤’으로 불리는 갈색 석재로 지은 현대 건축물이 가득했다. 유일하게 고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구시가지로 향했다.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벽에 갔더니 돌벽 사이에 종이쪽지를 넣고 기도하는 유대인으로 붐볐다. 
 근처 관광안내소에 갔더니 색다른 유료 서비스 2가지가 제공되고 있었다. 하나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고대 이스라엘 성전 내외부의 모습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영상은 물론 배경음악까지 넣어 고대 유대 성전에서 벌어지는 제사와 축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첨단기술과 고고학, 관광의 삼중결합이다. 
‘통곡의 벽’ 지하에서 발굴한 고대 유대 성전 입구 석조물의 모습. 유대 예배당이 들어섰다. 채인택 기자

‘통곡의 벽’ 지하에서 발굴한 고대 유대 성전 입구 석조물의 모습. 유대 예배당이 들어섰다. 채인택 기자

 다른 하나는 통곡의 벽 아랫부분에 대한 발굴 현장이다. 발굴 안내인 오리 피셔는 “과거 로마군이 부순 성전의 잔해와, 고대부터 중세까지 예루살렘에 들어왔던 세력들이 구축한 석조 시설물과 성벽 흔적의 발굴 작업이 끝나 공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를 따라 발굴이 끝난 지하를 돌아봤다. 과거 유대 성전으로 들어가는 구름다리를 포함해 지상에 남은 부분보다 훨씬 풍부한 고고학적 유물을 볼 수 있었다. 지하를 따라 서벽 끝까지 가니 고대 로마의 석조 물탱크를 지나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길, 비아돌로로사. 팔레스타인 학생들의 모습. 채인택 기자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길, 비아돌로로사. 팔레스타인 학생들의 모습. 채인택 기자

 출구는 예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던 고통의 길 ‘비아돌로로사’로 곧바로 이어졌다. 비아돌로로사를 따라 현지 무슬림이 운영하는 전통 가게들을 지나 ‘주님 부활 기념 성당’으로도 불리는 ‘거룩한 무덤 성당’까지 갔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그 시신이 묻혔다가 부활한 곳으로 기념하는 장소다. 성당 밖은 순례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후 8시 예루살렘 구시가지 입구에 있는 다윗 탑 박물관 야외에서 소리와 빛으로 예루살렘 역사 3000년을 보여주는 ‘나이트 스펙타큘러’를 관람했다. 현대 엔터테인먼트 기술로 중세 성을 화면 삼아 빛과 음향의 쇼를 펼쳤다. 수천 년 묵은 예루살렘에 비로소 핏기가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부터 두통은 사라졌다. 21세기 이스라엘 여행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염분 농도가 높아 사람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한 사해 리조트가 4월 8일부터 면세지역이 됐다. 채인택 기자

염분 농도가 높아 사람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한 사해 리조트가 4월 8일부터 면세지역이 됐다. 채인택 기자

여행정보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예루살렘 4월 기온은 12~25도, 에일라트는 21~34도.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서 세켈로 환전하는 게 낫다. 1세켈 약 317원. 에일라트와 사해는 면세 지역이다. 사해 리조트 일란 피투시 매니저는 “사해는 지표에서 가장 낮은 해발 -418m에 위치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앞으론 지구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텔아비브는 ‘론리 플래닛’을 비롯한 세계적인 여행 잡지가 ‘파티 도시’라고 부른다. 젊은이들이 부티크 바와 살롱에서 밤 문화를 만끽하고 해변에서 레저를 즐긴다.
 

예루살렘·에일라트(이스라엘)=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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