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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와 탈 원전 앞에 꼬여버린 노무현의 고온가스로

원자력을 이용, 무공해 청청에너지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VHTR)를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 연구원들이 초고온 헬륨루프(HELP) 실험실에서 연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원자력을 이용, 무공해 청청에너지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VHTR)를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 연구원들이 초고온 헬륨루프(HELP) 실험실에서 연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유성구 덕진동, 북대전IC 인근에 자리 잡은 138만㎡(약 42만 평) 규모의 원자력연구원 캠퍼스. 산기슭 쪽 외딴 곳에 ‘중형헬륨실험동’이란 이름이 붙은 건물이 나타난다. 네이버 지도의 항공사진에도 나오지 않는 이곳은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4년부터 4세대 원전 중 하나인 ‘초고온가스로’를 개발해온 현장이다.  
 
실험동 안으로 들어서니 복잡하고 다양한 파이프들이 서로 얽히고 섥힌 3층 규모의 장치가 나타났다. 언뜻 보면 석유화학단지의 석유 정제시설처럼 보이는 이 장치는 헬륨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초고온가스로를 위한 ‘헬륨 루프’시설이다. 원자로에서 생성된 열이 헬륨가스를 섭씨 950도까지 데우고, 다시 이 고온의 열을 이용해 물(H2O)을 분해해 수소(H2)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철과 니켈ㆍ코발트 계열의 특수 합금인 슈퍼 알로이로 만들어져 초고온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원자력연구원의 이 실험동은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와 탈(脫) 원전 이슈가 꼬여있는 대표적 현장이다. 지난 15년간 총 13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이 들어간 수소생산을 위한 초고온가스로 개발 과제 올해 말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이 헬륨루프 연구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초고온가스로 실증로를 완공해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수소경제의 불확실성이 거론되면서 후속과제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탈(脫) 원전 분위기 아래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재추진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9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60주년 기념 특별성과' 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차세대 수소 생산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 모형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9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60주년 기념 특별성과' 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차세대 수소 생산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 모형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민환 원자력연구원 고온가스로개발부장은 “현재 정부가 밝힌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 194만t의 수소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중 50%를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추출수소로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추출수소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연간 소비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13%를 더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고온가스로는 온실가스 발생도 없고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아도 돼 기술 실증이 완료된다면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공급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어떤 입장일까. ‘탈 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나온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추가 원전건설은 없는 것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또 ‘미래형 원자력’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미래 원자력이라 할 수 있는 4세대 원전 중 하나다. 더구나, 올 1월 발표된 수소경제 로드맵의 ‘수소 생산’부문에서 2030년 이후 가장 유력한 현실적 대안이다.
 
원자력을 이용, 무공해 청청에너지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VHTR)를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 연구원들이 초고온 헬륨루프(HELP) 실험실에서 연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원자력을 이용, 무공해 청청에너지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VHTR)를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 연구원들이 초고온 헬륨루프(HELP) 실험실에서 연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장홍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은 “미래 원자력 기술 확보라는 차원에서라도 초고온가스로 연구개발은 중단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도 ‘원자력수소 검증을 위한 시험로 건설’이라는 명목으로라도 초고온가스로 연구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애초에는 2030년까지 실제로 상용 수소생산 시설의 80% 정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 실증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온가스로 연구개발이 이어지더라 2035년은 돼야 실용화까지 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수소경제를 위한 초고온가스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중국은 향후 1~2년 내에 상용화할 정도로 고온가스로 기술개발에 앞서있는 상태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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