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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환경부 특혜채용 문건만 수백개, 김은경·신미숙은 부인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말 서울동부지검이 전담팀을 구성해 시작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사퇴 강요 의혹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그들의 빈자리에 임명된 현 정부 낙하산 인사들의 채용특혜 의혹이 드러나며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25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핵심 혐의도 사퇴 강요가 아닌 채용비리에 방점이 찍혀있다. 
 
검찰은 6개의 환경부 산하기관 17개 공모직에 임명된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임원 상당수가 면접 답안과 업무 보고자료를 미리받는 등의 특혜를 받았다고 밝혔다. 
 
"靑·환경부 특혜채용 협의 문건만 수백건"
검찰은 지난해 1월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협의한 채용비리 관련 수백개의 문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환경부 인사 업무 담당자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전후에 작성한 문건들이었다.
 
청와대가 산하기관 임원으로 낙점한 인사들을 환경부에 찍어보내면 환경부가 그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한 계획을 작성해 협의하고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모습. [JTBC 캡처]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모습. [JTBC 캡처]

이중에는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환경공단 임원 공모에서 탈락하자 당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이 청와대에 "깊은 사죄를 드리며 재발시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작성한 경위서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재판 과정에서 모두 공개할 것"이라 말했다. 
 
'장관 보고용 폴더'에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들
검찰은 수백건의 문건들이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보고된 정황과 진술도 확보했다.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들의 표적감찰 사실 등이 담긴 블랙리스트 문건이 '장관 보고용 폴더'에서 나온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당한 인사권과 감찰권의 행사였으며 채용 특혜나 표적감찰 사실은 몰랐다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고발인·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고발인·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검찰은 지난달 22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법원의 영장발부가 한층 더 까다로워진 시점이었다. 
 
특히 집권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 출신 장관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었다. 그럼에도 대검과 협의를 마친 검찰은 발부를 자신했다고 한다.
 
검찰, 박정길 부장판사 김은경 영장기각에 당황
검찰의 예상과 달리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최순실 일파로 인한 국정공백'등 정치적인 배경을 언급했다. 1993년 판례를 꺼내들며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는 '오랜 관행'이라 김 전 장관에게 "위법성의 인식이 다소 희박해보인다"고 밝혔다. 
 
재판 넘겨진 김은경·신미숙 주요 혐의. 그래픽=신재민 기자 nugu@joongang.co.kr

재판 넘겨진 김은경·신미숙 주요 혐의. 그래픽=신재민 기자 nugu@joongang.co.kr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정치적 사유가 담긴 영장 기각사유는 판사 생활을 할 때도 본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도 당황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수사라 신중을 기하며 청구한 영장이었다. 
 
사기업 신입사원 채용비리의 경우 영장을 비교적 쉽게 발부해주던 법원이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사에 대해선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영장 기각 뒤 '돌부처'된 김은경과 신미숙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잇달아 소환했다. 하지만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영장 기각 사유와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증거를 내밀어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등 청와대 윗선에 대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두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처럼 입을 닫아 돌부처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박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와 배척되는 장문의 사유(462)로 영장을 기각하자 피의자들이 법원을 믿고 무너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버티고 있는 수사라 검찰이 피의자들의 자백을 받아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 덧붙였다.
 
일반적인 채용비리 수사의 경우 최종 윗선에 대한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하급자들의 진술이 수사의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청와대 윗선에 대한 의미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았고 검찰은 조 수석을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 
 
두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고심했지만 다시 발부되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재판에서 모든 증거 공개할 것"
검찰은 영장심사와 재판은 다를 것이라 보고있다. 재판 과정에서 수백개의 문건을 하나씩 공개하면 영장심사와는 법원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란 입장이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 탈락 뒤 환경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경위서 중에 수위 높은 문구가 담겼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하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했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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