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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현대상선 주인은 정부인데…'제3자'라 발뺌하나

현대상선 이미지. [중앙포토]

현대상선 이미지. [중앙포토]

현대상선의 주인은 누구일까. 사업보고서상 주주 구성을 보면, 한국산업은행이 지분 13.05%를 가진 최대주주로 돼 있다.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있지만, 산은은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이면서 동시에 대표이사 인사도 좌지우지하는 엄연한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상선의 주인은 사실상 정부라고도 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잊은 듯하다. 그는 23일 제20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산업은행 등) '제3자'는 (현대상선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자립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혈세 지원 없이는 자본금이 바닥날 것(완전 자본잠식)으로 예측되는 현대상선 경영진에게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주문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산은을 두고 '제3자'로 표현한 것은 허투루 넘기기 어렵다. 산은은 현대상선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강도 높은 영업력 강화 방안을 내놓으라고 때론 윽박지르고, 때론 어르고 달래며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밑 빠진 독' 소리를 들어가며 적자의 늪을 벗어나려고 악전고투 중인 현대상선 영업맨 못지않다.
 
산은은 이미 지난해 9월 현대상선에 대한 회계실사를 끝냈다. 그 다음 달 10월에는 '산경장 회의'에 올릴 경영 정상화 방안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산경장 회의는 지난해 5월 한국GM 사태로 열린 뒤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보고서는 산은 캐비넷에서 묵혀 있다가 이제서야 회의 안건에 올라 홍 부총리가 보게 된 것이다.
 
지금 정부는 대기업 최대주주에게는 기업 경영에 '무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또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하에 있는 기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경제부처 수장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불려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불과 4년 전에 있었다.
 
정부는 철저히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검증하고, 실현 가능성이 확고할 때에서야 비로소 혈세 투입을 결정하는 최종 의사 결정자다.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대기업 오너가 과감히 사업을 접듯, 정부도 혈세 지원을 끊을 각오도 해야 한다. '나는 도울 텐데, 스스로 살아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아니다.
 
산경장 회의는 규정상 매달 한 번씩 하게 돼 있다. 안건이 없는데도 규정에 얽매여 회의를 열 필요는 없겠지만, 시장과 자주 소통해 기업 구조조정의 실력 있는 컨트롤타워가 되라는 게 규정을 만든 취지일 것이다. 그동안 이 회의가 열리지 않다시피 한 것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업무를 '제3자'의 시각에서 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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