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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신고 녹취록 공개…다급한 요청에도 경찰은 느긋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의 폭력적 행동을 신고한 112 녹취록이 공개됐다. 아파트 주민들의 다급한 요청에도 경찰은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5일 CBS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경찰출동을 요청한 신고는 지난해 9월 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모두 8건이었다. 특히 지난달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 사이에만 5건이 집중됐다.
 
이 가운데 녹취파일 보존기간(3개월)이 경과한 신고 2건을 제외하고 6건의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안인득 공포'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급박한 목소리가 담겨있었고 다급한 상황에 비해 경찰의 응대는 느긋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출동 후에도 대부분 '계도 후 현장종결' 처리했으며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른 안인득을 이튿날 풀어주기도 했다.  
 
"무서워요, 빨리 와주세요" …경찰 "알고 가야죠" 
 
지난 17일 방화 살인 참사가 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검은 탄 외벽을 새롭게 칠하고 있다. 주민들은 검게 탄 외벽을 볼 때마다 그날의 참사가 떠올라 개선을 요구해 왔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방화 살인 참사가 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검은 탄 외벽을 새롭게 칠하고 있다. 주민들은 검게 탄 외벽을 볼 때마다 그날의 참사가 떠올라 개선을 요구해 왔었다. [연합뉴스]

CBS가 공개한 첫번째 녹취록에는 안인득 윗집 주민의 신고 내용이 담겼다. 이 주민은 지난 2월 28일 오전 7시 17분 층간소음 문제로 폭언을 한 안인득이 찾아온다고 했다며 경찰에게 빨리 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주민은 지난해 9월 안인득으로부터 아파트 출입문에 오물칠을 당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층간 문제 때문에 그렇기는 한데 지난번 우리집 앞에 오물 뿌리고 가서 제가 신고한 적이 있다"며 "방금 출근을 하는데 우리집 바로 아래층 남자가 계란을 던지고 그렇게 하면서 나한테 폭언을 퍼붓고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와야 되요. 불안해서 못 살아요"라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경찰이 내용을 알고 가야 된다.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 한다"며 "지금 그 사람이 찾아오기로 했다 이런 말입니까, 와있다는 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이 신고 내용을 인정했고 신고자가 차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재신고 하기로 했다'며 현장종결 처리했다.
 
이 주민은 지난달 3일 오전 8시 38분에도 다시 경찰에 전화했다. 이번에는 집 앞에 오물이 뿌려져 있다는 신고였다. 주민은 안인득을 의심했지만 경찰은 'CCTV 설치 상담'을 하고 역시 현장종결 처리했다.
 
3월 8일 오전 6시 49분, 한 주민이 "마약한 미친 놈이 있는 것 같다"며 신고를 했다. 안인득이 출근길 주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였다. 하지만 경찰은 "마약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반응했다. 경찰은 이 사건도 '상호간에 욕설만 하고 폭행 등 피해사실은 없다'며 계도 후 현장종결했다.
 
3월 10일 오후 10시 20분, 이번엔 호프집에서 안인득이 망치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을 현행범으로 체포지만 다음 날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며 안인득을 풀어줬다.
 
3월 12일 오후 8시 46분, 안인득의 폭력에 시달려온 윗집 주민이 또 다시 신고를 했다. 경찰이 시키는대로 CCTV를 설치했는데 안인득이 다시 오물 뿌리며 행패를 부린다고 했다. 이날도 경찰은 '발생보고(형사과 인계)'만 하고 종결했다.
 
3월 13일 안인득 관련 윗집 주민의 마지막 신고였다. 이 주민은 "어제 제가 아랫집(안인득 집) 때문에 경찰 접수를 했다. 오늘 전화기를 안 가지고 내려왔다"며 "이게 경비아저씨 전화기인데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안인득이) 욕을 하고 따라 오더니만 제가 경비아저씨를 만나서 전화를 하니까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저 집에 못 올라가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폭행 등 사실 없고 욕설만 하여 계도 후 현장종결' 처리했다.
 
'한 번이라도 안인득 질병 이력을 조회했더라면…'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7일 오전 4시 30분쯤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합동 영결식이 23일 오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뉴스1]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7일 오전 4시 30분쯤 발생한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합동 영결식이 23일 오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조현병을 앓았던 안인득의 이상행동으로 주민 신고가 잦았지만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안인득 정신병력을 미리 확인해봤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경찰은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반복적인 위협행위 신고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5주간 반복적 위협행위 신고를 일제점검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조처하겠다"며 "경찰의 현장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조사 하고 있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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