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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훔쳤는데 징역 2년? 법원 센 판결 뒤엔 '조현병'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난해 9월 9일 밤 10시쯤 최모(47)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갔다. 미리 준비한 과도를 종업원에게 들이대고 위협하면서 최씨가 요구한 건 ‘1000원’이었다. 겁을 먹은 종업원은 최씨에게 1000원을 건넸고, 그는 이를 갖고 달아난 후 경찰에 자수했다.
 
24일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에 따르면 망상·판단력 손상 등의 증상이 동반된 조현병 환자인 최씨는 “부모가 가짜 부모로 모습을 바꾼 후 나를 해코지한다.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지극히 경미하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치료감호에 처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년의 치료감호 판결을 내렸다.  
 
최씨는 지난 2001년에도 정신분열형 인격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살인미수죄를 저질렀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 A씨와 사귀던 최씨는 7개월 만에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해도 만나주지 않자 최씨는 유부녀였던 A씨에게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신랑에게 모든 것을 다 밝히겠다”며 500만원을 받아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최씨는 남편 B씨를 찾아가 “당신의 아내와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는 “아내를 용서한다”고 했고, 최씨에게도 “다시는 아내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말했다. 악감정을 해소할 수 없게 된 최씨는 결국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 집에 찾아간 최씨는 A씨 목에 과도를 들이대고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5차례에 걸쳐 찔렀다. 이후 최씨는 경찰에 자수했고, A씨는 6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해를 입었다.  
 
당시 재판부였던 수원지법 제11형사부는 살인미수와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를 향해 “불우한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정신분열형 인격장애를 갖게 돼 피해망상 증상이 발생했고, 수감된 이후에도 자해 행동을 하고 있다”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징역 7년의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인터넷 채팅 과정에서 나이와 본명을 숨긴 점은 인정하고, 최씨가 교제하는 과정에서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인정된다”며 공갈 혐의는 무죄로 처분해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조현병 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성원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며 “다만 자신의 망상이 병이라는 인식을 할 수 없다 보니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지난해 8월 약을 처방받았으나 스스로 ‘다 나았다’고 생각해 복용하지 않았고, 한 달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노 교수는 “자식은 크고 부모는 연로해지는데 약을 먹지 않겠다는 환자를 억지로 병원에 데려오기 힘들다. 조현병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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