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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내가 있는 곳

“물속에서 나는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다. 생각이 녹아 장애물 없이 술술 풀려나간다. 물이 날 보호해주고 무엇도 건드리지 않기에 몸, 마음, 우주 전체가 참을 만해지는 듯하다. 수영장 바닥에 불안한 명암을 투사하며 연기처럼 흘러가는 빛의 유희를 몸 아래로 관찰한다. 날 재생시켜주는 요소가 감싼다.… 눈과 코에 물 몇 방울이 잠깐 들어가지만 몸은 견뎌낸다. 수영은 내 내부를 깨끗이 닦아 준다.”
 
“우리 여인들이 벌거벗은 젖은 몸으로 가슴과 배에 난 상처, 넓적다리의 타박상, 등에 난 점을 서로 보여주는 이 눅눅하고 녹이 낀 환경에서 불행을 말한다. 남편, 자식, 늙어가는 부모에 대해 불평한다. 죄책감 없이 금지된 생각들을 드러낸다. 난 그 상실과 불행을 느끼면서 수영장의 물은 이제 그렇게 맑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이 물은 고통과 고뇌를 알고 있고, 오염됐다. 일단 다시 흘러들어온 물도 알 수 없는 불안에 침범당한다. 그 모든 고통은 이따금 귀로 들어가는 물처럼 다시 흘러나오지 않는다. 아니 정신 속에 고이고, 몸 구석구석에 배여 있다.”
  
 
퓰리처상, 오헨리문학상 등을 휩쓸며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은 미국의 스타 작가 줌파 라히리(52)의 소설 『내가 있는 곳』중에서. 공간에 대한 46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 중 ‘수영장에서’의 일부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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