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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의 문화탐색] 나의 북한 디자인 경험기

최범 디자인 평론가

최범 디자인 평론가

2007년, 금강산
 

북한 디자인은 낙후해?
편견 깨는 전시 잇따라
정치에서 상업으로 변화
북한 디자인에도 반영돼

통문이 열리자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철책 사이로 길이 뻗어 있었다. 휴전선을 넘으니 주변 풍경이 일순간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뀌었다. 북한의 산천은 1960년대의 남한처럼 헐벗은 모노크롬이었다. 과거를 회상할 때 컬러가 흑백으로 바뀌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것은 시간여행이었다. 철책 바깥에는 북한군 경비병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는데, 한참을 달리니 금강산 관광특구가 나왔다. 2007년 초, 나는 당시 속해 있던 단체의 일원으로 그렇게 금강산 관광을 갔다.
 
이른 봄이었던 터라 금강산에는 희끗희끗 눈발도 날리고 추웠다. 금강산 아래 조성된 관광특구는 현대그룹의 조차지 같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발을 디뎌본 유일한 북한 땅이었다. 특구 내의 건물과 시설들, 살짝 내다보이는 외부 풍경들만으로도 북한의 느낌이 어느 정도 다가왔다. 마른 껍질이라도 일어날 듯이 가난하면서도 소박하고 나름대로 품격(?)이 있는, 북한이야말로 진짜 조선의 미감을 계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잠시 들게 했던, 그 풍경이 내가 처음 접한 북한 디자인이었다.
 
두 명의 영국인과 북한 디자인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던 '북한 그래픽 디자인'전의 전시장 입구. [사진 최범]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던 '북한 그래픽 디자인'전의 전시장 입구. [사진 최범]

간혹 텔레비전 등을 통해서 북한 풍경을 본 남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한국의 1960~70년대 같다는 것이다. 후진국을 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북한 디자인에 대한 관심 역시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인 남한은 디자인이 발전되어 있는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라서 디자인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 인식에 색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 두 명의 영국인이 있다. 조너선 반브룩(Jonathan Barnbrook)이라는 영국 디자이너가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내일의 진실: 조너선 반브룩의 그래픽 선동’이라는 전시를 했었다. 그중에서 ‘북한 프로젝트’라는 섹션이 관심을 끌었다. 반브룩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발언을 하는 진보적인 성향의 유명 디자이너다. 그는 북한 선전물의 조형 언어에 관심을 보였는데, 단순히 동조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였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의 강연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또 한 사람의 영국인은 니콜라스 보너(Nicholas Bonner)인데, 그는 ‘고려투어’라는 북한 전문 여행사를 설립하고 수백 번의 북한 방문을 통해 수집한 디자인을 수록한 ‘Made in North Korea’이라는 책을 영국의 파이돈 출판사에서 펴내 주목받은 사람이다. 얼마 전에는 그의 수집품으로 이루어진 ‘북한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전시(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가 서울에서 열리기도 했다. 보너의 수집품은 정치 선전물 외에도 일상 생활용품들이 다수를 이뤄 북한 디자인에 대한 확장된 경험을 제공했다.
 
테마파크, 북한
 
나는 이 두 영국인의 전시가 보여주는 북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의 변화가 뭔가 시사적이어서 흥미롭다. 조너선 반브룩이 디자이너로서 주로 북한의 정치 선전물을 디자인 언어로 읽어내고자 했다면, 니콜라스 보너는 다분히 사업가적인 관점에서 북한 생활용품 디자인이 지닌 특유의 감성에 관심을 갖는다. 이를 정치로부터 상업으로의 변화라고 해도 될까. 어쩌면 이는 이방인들만이 아닌,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물론 북한과 관련해서는 비핵화라는 정치적 이슈가 가장 뜨겁기는 하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경제적 관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의 북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의 변화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북한 그래픽 디자인’전은 사실 북한 상품 전시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전시장 한쪽 코너에는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의 이미지를 차용한 아트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독일 통일 뒤 구동독(DDR)의 물건들이 기념품으로 팔리는 것을 보는 것과도 같은 기시감마저 들게 했다. 심지어 ‘노스 코리아 핑크’라고나 불러야 할 매혹적인 분홍색으로 꾸며진 전시장의 입구는 마치 북한이라는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테마파크의 그것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한국인들이 꿈꾸는 북한의 미래는 공산주의 디즈니랜드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마저 들었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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