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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산불에 5G·수소차까지 얹어…6.7조 짜깁기 추경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미세먼지 대응’을 앞세웠지만 경기 부양용 예산이 더 컸다. ‘선제적 경기 대응’을 내세웠지만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든 중장기 과제에 예산이 집중됐다. 기획재정부가 24일 공개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뜯어보면 이렇다. 기재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확정했다.
 

당장 경기부양 효과 내기 어려운
신산업 분야에도 3000억 배정

미세먼지·산불엔 총 2.2조 투입
노후 지게차·굴착기 1만대
대당 1000만원 엔진 무료 교체

올해 추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미세먼지·산불 대응(2조2000억원)과 선제적 경기대응(4조5000억원)이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서는 노후 경유차·건설기계 조기 폐차(4759억원), 소규모 사업장과 광산에 배출 방지 시설 설치(1080억원),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설치(2105억원) 등에 예산이 투입된다. 경기 대응용 예산은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과 관광 활성화(1조1000억원),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1조5000억원), 청년·노인 일자리 제공(6000억원) 등에 편성됐다.
 
◆홍남기 “경기 침체 우려 추경 편성”=추경은 긴급 상황에서 편성되는 예산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경우’를 편성 요건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도 강원도 산불 대응 등을 제외하면 긴급하게 지출해야 할 분야가 이번 추경안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결제 수단 제로페이 확충(76억원)이나 상용화 단계에도 못 미친 수소차 충전소 보급 등에도 추경이 편성됐다. 이 밖에 벤처·창업기업 지원, 5G 관련 기술 개발, 신산업 분야 인재 양성 등도 연내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 힘든 중장기 과제에 해당한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 없이 재정을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추경 중독’만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세먼지 대응’에도 대거 예산이 집행됐다. 미세먼지 관련 연구개발(R&D), 신재생에너지 확충,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 등이다.  
 
미세먼지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당초 15만 대가 목표였던 올해 노후 경유차 폐차 물량을 40만 대로 늘린다. 지난해(12만 대)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지게차와 굴착기는 조기 폐차 대신 엔진을 교체해 주는데, 당초 1500대였던 물량을 1만500대로 늘렸다. 여기에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부담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1000만원이 넘는 엔진을 무료로 교체해 줄 만큼 건설기계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기재부는 당초 2조원 규모로 편성된 예비비를 활용해 미세먼지에 대응하려 했지만, 이 같은 과제가 추가되면서 예산 투입액이 2조2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장기적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정부가 밝힌 미세먼지 배출량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줄었다. 2014년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32만4000t에 달했다. 미세먼지 관련 추경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올해 배출량은 28조4000t으로 감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추경 편성 근거 역시 의문을 낳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기가 굉장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요건으로 추경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우리 경제 팩트체크’를 통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고 주요국 대비 성장세가 양호하며,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총평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경기 인식이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긍정적 모멘텀’을 강조했지만, 한 달 만에 주요 실물경제 지표 부진을 거론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추경 관철을 위해 경기 진단을 임기응변식으로 바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도 선뜻 자신하진 못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의 성장률 견인 효과는 올해 경제정책이 잘 집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추경 예산만으로 성장률 목표치(2.6%)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2017·2018년 추경은 남는 초과 세수를 끌어다 썼지만 이번엔 3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언급했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 편성 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39.4%지만 추경을 하면 0.1%포인트가량 오른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재정건전성 관리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착해 추경을 ‘연례행사화’하면 장기적인 건전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3년째, 지난 정부 재임기까지 포함하면 5년째 편성되고 있다. 특히 이번 추경 재원의 절반 가까이(3조6000억원)가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별도로 나랏빚을 내야 할 정도로 추경이 시급한 곳에 쓰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본예산안을 국회에서 일괄 타결하는 이유는 나랏돈을 임기응변식 경기 대응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재정 지출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을 놓고 극한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6월 이후로 추경 집행이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두 번의 추경도 국회 제출 후 45일이 지나서야 겨우 문턱을 넘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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