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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바람에 불 꺼진 홍등가, 대구 자갈마당 철거 본격화

23일 대구 ‘자갈마당’ 한 업소가 철거되면서 나온 잔해물이 화물차에 실려 있다. [김정석 기자]

23일 대구 ‘자갈마당’ 한 업소가 철거되면서 나온 잔해물이 화물차에 실려 있다. [김정석 기자]

23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골목 입구. 길바닥에 커다랗게 ‘청소년 통행금지’라고 적혀있다. ‘4월 15일부터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오니 건물 내의 물품을 정리해 주시기 바란다’는 현수막도 보였다.
 
자갈마당은 마당이라는 글자 앞에 ‘자갈’이 붙어 민속 마을 같지만, 실제로는 영남권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였다. 이날 골목 양쪽 빼곡히 들어서 있던 성매매 업소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철수한 상태였다. 한 건물의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내부 신발장엔 푸른색 하이힐이 놓여 있고, 바닥엔 뜯지 않은 한약 팩 봉지가 뒹굴고 있었다. ‘시간 8만원, 숙박 15만원’이라고 적힌 요금표도 눈에 띄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35호’라고 적힌 3층 건물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인부가 2층에서 창틀이나 서랍장·옷걸이 등을 길에 세워둔 1t 화물차 짐칸에 던져넣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벽지가 붙은 방안엔 가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대구에서 100년 이상을 버틴 자갈마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자갈마당 일대에 민간업체가 주거시설을 짓기로 한 때문이다. 개발업체인 이병권 도원개발 대표는 “조만간 건물 철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갈마당을 포함한 사업 대상지의 소유권 97%를 넘겨받은 상태여서 사업승인 절차와 상관없이 철거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도원개발 측은 지난 1월 대구시에 자갈마당을 포함한 주변 1만9080여㎡에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5개 동으로 된 아파트 886가구(오피스텔 256호 별도)를 짓기 위해서다. 지하 6층 지상 4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다. 완공 예정은 착공일로부터 44개월 뒤라고 대구시에 알렸다. 대구시는 이 사업에 대해 지난 2~3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조건부 건축심의 의결을 했다. 다음 달 중 사업승인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 시행 이후 대구시와 경찰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해 노력해 왔다. 폐쇄회로TV(CCTV)를 자갈마당 출입로 4곳에 달고 가로등 270여 개를 달아 불을 환히 밝혔다. 성 매수자들의 발길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04년 60여개이던 업소(종사자 350여 명)는 현재 10여개(30여 명)로 줄었다. 23일 낮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중에도 일부 업소는 영업하고 있었다. 업주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 가게 앞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성철 작가의 『유곽의 역사』에 따르면 자갈마당의 시작은 1908년 일제강점기 직전 일본인들이 만든 야에가키초(八重垣町) 유곽이다. 조선 후기 대구에 서문시장 같은 거대 상권이 형성돼 일본인이 많이 살면서 유곽이 생긴 것이다.
 
자갈마당은 해방 전까지 성업하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떠나고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번 운영되기 시작한 유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47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당국의 묵인 속에 유지됐다. 자갈마당 여성들은 70~80년대엔 주로 한복을, 90년대엔 드레스, 최근엔 치마·바지 같은 평상복을 입고 남성을 기다렸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자갈마당 여성들이 1000명 가까이 됐다고 한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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