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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타협의 산물'이란 공수처, 법조계선 "총선앞둔 사법실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정수석으로 이 합의안에 찬동한다,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고 정치는 투쟁과 타협을 본질로 삼는다"
 
22일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합의하자 조국 민정수석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원안과는 다른 절충안이 만들어진 점에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하지만 법조계에선 당장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합의안에 전례가 없는 사법실험적 내용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이완규 변호사(58·연수원 23기)는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사법 체계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수처 합의안, 기존 사법체계와 어떻게 다른가  
여야는 공수처에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세 고위공직자군(群)에 대해 기소권과 수사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국회의원, 장·차관 등 그외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수사권과 영장청구권만 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공수처가 기소의견을 밝힌 고위공직자를 검찰이 불기소하면 공수처는 법원에 이의(재정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하면 검찰은 따라야 한다. 
 
이 모든 내용은 정당간의 구두 합의를 넘어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법체계가 사실상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형사소송법 문구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토로했다.
 
"이런 공수처, 역사상 전례 없어"
수사 대상의 직군에 따라 기소권이 분리되고 개헌 없이 검찰 외 기관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 수사기관이 재정신청권을 갖는 것 모두 역사상 전례가 없다.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이라 위헌 논란도 피해가기 어렵다.
 
다른 나라에선 홍콩의 염정공서(ICAC)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이 공수처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독립을 보장받으며 수사권과 기소권, 재정신청권까지 가진 수사기관은 사실상 현재 합의된 공수처가 유일하다.
 
윤소하 정의당(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수처와 선거제도 등 4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걸어나오고 있다. [뉴스1]

윤소하 정의당(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수처와 선거제도 등 4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걸어나오고 있다. [뉴스1]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던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정치권이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아닌 누더기 합의안에 가깝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권력기관, 누가 견제하나  
이번 합의안에 공수처 설치를 찬성해왔던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핵심은 청와대와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라며 "두 직군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힘이 빠져보인다"고 말했다.
 
'반쪽 공수처'란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새로운 사정기관인 공수처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공수처 설치를 찬성한다는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공수처가 불법을 저지르면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 하지만 공수처가 불법은 아니지만 수사권을 남용할 경우 견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내사와 동향 파악만으로도 사정기관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후보 2명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하고, 그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독립된 기관이란 것이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사정기관이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공수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사를 공수처에 파견해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선 향후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사항을 규탄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여야4당 합의사항을 규탄했다. [뉴스1]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53·연수원 21기)는 "공수처에 파견된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국 등 검사가 파견된 모든 기관에선 영장청구가 가능하단 뜻"이라며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 말했다. 
 
공수처의 재정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이완규 변호사는 "고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 검찰에 재정신청권을 갖는 건 사드배치를 두고 국방부에 두 명의 장관이 있고 이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며 "행정기관의 운영원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첫걸음 떼는게 중요" vs "한번 만들면 고칠 수 없어"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던 공수처 설치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가 이 정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조 수석은 22일 페이스북에 "온전한 공수처 실현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겠지만, 일단 첫 단추를 꿰고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의미있다 생각한다"고 썼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같은 날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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