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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직설화법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미군 태평양사령관 출신이다. 그는 공사석에서 돌직구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외교가에서 유명하다. 해리스 대사의 22일 기자간담회의 답변 스타일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에둘러 표현하는 정통 외교 스타일 화법을 구사하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미국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 노력한 듯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 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결렬로 끝났던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직면했던 선택지는 ‘빅 딜’과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 사이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하노이는 ‘노 딜(no deal)’ 이냐 ‘배드 딜(bad deal)’이냐의 문제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 며칠 전 (북ㆍ미 실무협상에서) 북측의 제공(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아마 모든 경제제재에 대해 즉각 해제했어야 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노이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제안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북한 제안대로라면) 영변 (핵시설)이 미래 어느 시점에 폐기될 것이란 약속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 생산능력도 거의 모두 남아있었을 것이고 한국ㆍ일본ㆍ러시아 지역은 더 위험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까지 언급한 건 이번 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전망인 북ㆍ러 정상회담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을 향해서도 직설화법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하노이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과 계속 대화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약속했다. 할 일은 있으나 계속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뭘 원하는지 이제 알고 있다”며 “테니스로 친다면 공은 김 위원장 쪽 코트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기 쉬운 샷을 넘겼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ㆍ미 동맹은 한반도와 지역 안보의 핵심축이며,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기자간담회에선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에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기자간담회는 수주 전 예정됐던 일정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지난 20일 “매력없고멍청해보인다”고 비난한 뒤 이뤄졌다. 앞서 18일 외무성 권정근 미국국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 “판이 지저분해진다”며 교체를 요구한 데 뒤이은 간담회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최선희의 비난 이틀 만에 해리스 대사가 “공은 김 위원장에 있다”며 반박한 모양새가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당초 지난달에 잡혔다가 미 대사관 측에서 두차례 미루며 이날로 정해졌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의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 비난에 대해선 “그 비난은 북한 내부용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북ㆍ미 협상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응수했다. 
  
해리스 대사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에 대해 “사실 뭔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것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빅 딜(영변 포함한 모든 핵시설의 신고ㆍ폐기ㆍ검증 및 모든 대량살상무기 동결ㆍ폐기와 제재 해제 맞교환)’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의 확인이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스몰 딜’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굿 이너프 딜’, 즉 북ㆍ미가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한 뒤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하는 ‘굿 이너프 딜’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단 해리스 대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한ㆍ미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독대한 시간이 2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2분보다는 더 있었다”며 “(독대 이후 확대회의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ㆍ일 양국 간에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면 한ㆍ미ㆍ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23일 오전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도쿄에서 만나 강제징용 소송 판결 등 현안에 대해 국장급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이날 알렸다.  
  
전수진 기자, 외교부 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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