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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잠깐새 3000억 모금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부에서 열린 TED 2019 콘퍼런스 둘쨋날 행사에서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곧바로 약 3238억원의 돈이 모금됐다. 사진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부에서 열린 TED 2019 콘퍼런스 둘쨋날 행사에서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곧바로 약 3238억원의 돈이 모금됐다. 사진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7시. 호수처럼 잔잔한 항구가 내려보이는 캐나다 벤쿠버 컨벤션센터. TED 2019 콘퍼런스 둘쨋날 마지막 행사인 ‘오데서티(Audacity)’세션 마지막 무렵이다. 두 시간에 걸쳐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The Audacious Project) 발표가 끝나고, 높이만 5m가 넘는 초대형 스크린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숫자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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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목표 5억6700만 달러.’(약 6470억원) ‘현재까지‘2억8356만1215달러(약 3238억원) 모금.’ 가로로 긴 막대 모양의 칸에는 보라색이 절반을 훌쩍 넘게 채웠다. 모금액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이었다.  
 
순간 행사장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오데서티 세션 행사 시작 전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TED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모금을 알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금액이 순식간에 모금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들이었다.  
 
‘세계 지식인의 축제’TED가 변신하고 있다. 그간 ‘가치있는 아이디어의 공유’(Ideas worth spreading)를 대표적 구호로 내걸어온 TED가 이제는 지식인들이 직접 아이디어의 실천과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16일 8개의 ‘오데이셔스 프로젝트’ 발표와 3000억원이 넘는 기금 모금액은 이런 TED의 새로운 정신이 말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했다.
 
TED 2019 콘퍼런스에서는 단백질 디자인 혁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소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대의 데이비드 베커 생화학담당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단백질을 독감이나 AIDS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만성적인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TED]

TED 2019 콘퍼런스에서는 단백질 디자인 혁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소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대의 데이비드 베커 생화학담당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단백질을 독감이나 AIDS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만성적인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TED]

TED 2019 콘퍼런스를 참관한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는 “비영리단체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세계 사람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강연 축제에 그쳤던 TED가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데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발족한 오데이셔스 프로젝트는 벌써부터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TED측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소농들에게 농업교육과 파종지원 등을 하는 프로젝트인 ‘원에이커 펀드(One Acre Fund)’ 덕에 소득이 늘어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는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TED가 이런 행동만 외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오데서티 세션은 5일간 진행된 12개의 세션 중 하나일 뿐이다. 사상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EHT프로젝트의 리더 셰퍼드 돌먼 하버드대 교수, 양자 컴퓨팅의 아버지 데이비드 도이치 옥스퍼드대 교수, 유전자가위 분야의 샛별 데이비드 리우 교수 등도 강연자로 나왔다. 12개의 세션은 과학 뿐 아니라 철학ㆍITㆍ문화ㆍ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신선한 주제들로 채워져 있었다.  
TED에는 강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강연 사이사이에 각종 음악과 무용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사진 TED]

TED에는 강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강연 사이사이에 각종 음악과 무용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사진 TED]

 
사실 TED의 이런 변신은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간 유명 정치인과 거물급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출현해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거물’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변신을 시도하려 했지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들과도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TED로서는 다행인 것은 행사를 찾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TEDx’의 형태로 TED가 전세계 확대되고 있는데다, 지식나눔 강연 형태의 또 다른  ‘TED’들도 일종의 문화현상처럼 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밴쿠버 지역 대학의 총장이라는 70대 노신사와 뉴욕에서 왔다는 40대의 기자 출신 IT 기업인 등 TED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강연만큼이나 네트워킹과 정보교류 등에 큰 가치를 뒀다. 만약 누군가가  ‘TED가 과거와 같은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TED가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고 답하고 싶다.  
 
밴쿠버=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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