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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목 졸라 기절시키고 "죽는다" "거품 물었다" 낄낄댄 10대들

팔뚝에 문신을 한 남학생 A군(16)이 B군(17) 뒤에서 목을 조르자 B군이 발버둥치다가 기절한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말리기는커녕 "얘 뒤진다(죽는다)" "거품 물었다"며 낄낄댄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B군은 A군이 손으로 두 뺨을 7차례 연거푸 때린 뒤에야 '악' 비명을 지르고 울먹이며 일어난다.
 
지난 5일 오후 11시 30분쯤 전남 완도군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학교 1학년 A군이 동급생이면서 한 살 많은 B군에게 이른바 '기절놀이'라는 가혹 행위를 했다. 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찍은 15초짜리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22일 완도경찰서와 피해 학생 부모 등에 따르면, 완도 모 고등학교 1학년 A군 등 7명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B군 등 동급생 14~17명을 학교 기숙사 등에서 수십 차례 목을 졸라 기절시키거나 금품을 빼앗았다. 같은 학년인 B군 동생도 A군 등에게 7만~8만원을 빼앗겼다. 폭행도 수시로 이뤄졌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B군 등 피해 학생 부모들은 지난 17일 폭력·금품갈취·공갈·성추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남 완도 모 고등학교 1학년 A군(16)이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처 사진. A군은 동급생인 B군 등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피해 학생 부모]

전남 완도 모 고등학교 1학년 A군(16)이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처 사진. A군은 동급생인 B군 등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피해 학생 부모]

A군 등은 기절놀이 후 못 일어나는 학생의 바지를 벗겨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 또 "술·담배 살 돈이 필요하다" "문신을 다시 해야 한다"며 친구들의 돈을 5만원~10만원 빼앗았다. 정해진 날짜나 시간에 돈을 안 가져오면 마구 때리거나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려 이자 50%를 더 얹어 갚게 했다. 가해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산 가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마트에서 소주를 사 마셨다. 그리고 피해 학생들에게 소주를 억지로 먹인 뒤 이들이 토하면 '왜 토하냐'며 때렸다. B군 등 피해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적은 진술서를 경찰에 냈다.    
 
이 학교 기숙사 안팎에는 폐쇄회로TV(CCTV)가 모두 28대 설치돼 있지만, 학생들의 일탈을 막지 못했다. 기절놀이·폭력 등은 CCTV가 없는 기숙사 방 안이나 기숙사 옆 탁구장으로 쓰이는 조립식 건물 등 사각지대에서 이뤄졌다. 괴롭히는 시간대도 오후 10시 30반 사감 교사의 점호가 끝난 뒤 감독이 소홀해진 때를 골랐다.  
 
학교 측은 지난 16일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 이날 1학년 C군(16)이 치과에 갔는데 알고 보니 가해 학생에게 맞아 치아 교정기가 부러진 것이다. C군 부모에게 이 얘기를 들은 학교 측은 이튿날(17일) 1학년 전체 학생 80여 명을 조사해 A군 등 가해 학생 7명을 파악 후 출석 정지 처분을 내렸다. 피해 학생들과는 격리 조치했다.  
 
전남 완도 모 고등학교 1학년 B군(17)이 작성한 피해 진술서. B군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동급생인 A군 등으로부터 이른바 '기절놀이'를 당하고, 현금을 빼앗겼다. [사진 피해 학생 부모]

전남 완도 모 고등학교 1학년 B군(17)이 작성한 피해 진술서. B군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동급생인 A군 등으로부터 이른바 '기절놀이'를 당하고, 현금을 빼앗겼다. [사진 피해 학생 부모]

학교 측에 따르면 A군 등은 학교 조사에서 가해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잘못했다.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취지의 반성문도 썼다. 하지만 A군 등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뒤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 △△럼(놈)들아 느그(네)일 아니고 X도 모르면 뒤에서 수근(수군)거리지 좀 마라"고 적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가해 학생 부모는 피해 학생 부모에게 "(우리 아이를) 자퇴 시키고 심리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는 등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B군은 현재 학교에 안 나가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군 아버지는 "(기절놀이) 영상을 보고 (속상해) 미치는 줄 알았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학교 관계자는 "사전에 (이 사건을) 인지 못한 건 학교 측 불찰"이라며 "중간고사가 끝나는 오는 29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미진한 부분은 보강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완도=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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