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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서진 대자보'는 불법 옥외광고물?…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전대협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대학가에 부착한 대자보. [페이스북 캡처]

전대협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대학가에 부착한 대자보. [페이스북 캡처]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2인 시위가 열렸다. 수퍼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면이나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한 참가자는 “김정은 풍자했다고 수색, 이게 나라냐”라고 쓰인 광고판을 갖고 서 있었다. 이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편지 형식으로 현 정부정책을 풍자한 일명 ‘김정은 서신 대자보’를 경찰이 내사하자 비판하는 시위였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지난 15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도 같은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자보를 제작·게시한 것으로 알려진 청년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전대협·과거 대학생 운동권 단체인 전대협과는 관계없음)에 대한 내사를 비판하는 자리였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일명 김정은 서신 대자보에 대한 경찰 내사를 비판하는 2인시위가 열렸다. 김민욱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일명 김정은 서신 대자보에 대한 경찰 내사를 비판하는 2인시위가 열렸다. 김민욱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이적 목적 불분명
김정은 서신 대자보 처리를 놓고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지난 1일 내사에 착수, 게시자 등을 특정하고 있는데 적용 혐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대자보는 올해 만우절을 맞아 전국의 상당수 대학 등에 등장했다. 가로 55㎝, 세로 80㎝ 크기의 2장짜리다.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 등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등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내사 초기 국가보안법 적용도 잠시 검토했다가 결국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자보에 ‘최고 사령관 동지’ ‘남조선 인민 정신의 혁명’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등 북한을 찬양·선전하는 듯한 문구와 북한 선전 포스터 풍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사용됐지만, 실제 이적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대학가에 붙었다 철거된 '김정은이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대자보. [연합뉴스]

전국 대학가에 붙었다 철거된 '김정은이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대자보. [연합뉴스]

 
모욕죄·명예훼손죄?…피해자의 처벌 의사 있어야
모욕 또는 명예훼손 여부도 검토했지만,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법조인의 시각이다. 모욕죄는 친고죄,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재판청구가 가능하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피해자인지부터 확실치 않다”며 “또 대통령 등에게 처벌 의사를 묻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를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기관은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 법원은 정부를 국민의 감시·비판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사회 통념을 벗어날 정도의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가 아니면 명예훼손이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군형법은 다르다. 군형법에는 상관 모욕죄가 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면 죗값을 치를 수 있다.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표현의 자유 침해 여지 
이런 이유 등으로 옥외광고물과 관련한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강원 횡성경찰서에서 대자보 게시자를 추적했다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당시 경찰은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 조직 안에서도 "성급히 적용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정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전단을 배포한 팝아티스트 이하(51·본명 이병하)는 2017년 대법원에서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관계자는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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