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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996 근무제 옹호론에 폭발한 중국 밀레니얼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에 불이 켜져있다. 기자가 찾아간 자정 너머 십여 명의 직원들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고, 회사 앞에는 줄지어 기다린 택시들이 이들을 태웠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에 불이 켜져있다. 기자가 찾아간 자정 너머 십여 명의 직원들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고, 회사 앞에는 줄지어 기다린 택시들이 이들을 태웠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마윈(馬雲)은 자본가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붉은 권귀(權貴·권력자와 귀족)와 자본가가 다스리는 권귀 자본주의 국가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 반란을 시작했다. ‘피땀(血汗)문화’로 불리는 996 근무제(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72시간 근무)를 옹호한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체제 비판까지 등장했다.
 
웨이보에 ‘#996 근무제’란 해시태그는 21일 현재 클릭 4억3000만 건, 댓글 11만 건에 육박했다. 팔로워 2480만 명의 마윈이 “996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12일)”, “야근 수당을 위해 996 근무하는 사람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14일)”고 말했다가 공공의 적이 됐다.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의 SNS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알리페이 사무실의 야경. 직원들이 야근에 여념 없는 듯 빌딩 사무실 불빛이 훤하다.[사진=마윈 웨이보]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의 SNS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알리페이 사무실의 야경. 직원들이 야근에 여념 없는 듯 빌딩 사무실 불빛이 훤하다.[사진=마윈 웨이보]

논쟁의 발단은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인적 노동 환경이다. 지난달 21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잠도 섹스도 사생활도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6일 뒤 세계 최대의 코드 공유 플랫폼인 긱허브(GitHub)에 ‘996.ICU’(인터넷 주소 https://996.icu) 사이트를 개설했다. 996 근무를 계속하다간 결국 병을 얻어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에 실려 간다는 의미다. 분홍색 바탕의 웹사이트에는 하루 근무 시간 8시간, 주당 44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못 박은 중국 ‘노동법’과 헌법의 노동권 조항을 담았다. 일종의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촉구 노동운동인 셈이다.
 
지난 3월 말 세계 최대의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올라온 ‘996.ICU(인터넷 주소 https://996.icu)’ 프로젝트 화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주 6일 근무제는 결국 병을 얻어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에 실려 간다며 야근 철폐를 주장했다.

지난 3월 말 세계 최대의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올라온 ‘996.ICU(인터넷 주소 https://996.icu)’ 프로젝트 화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주 6일 근무제는 결국 병을 얻어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에 실려 간다며 야근 철폐를 주장했다.

996 논쟁 2라운드는 마윈이 열었다. “많은 회사, 많은 사람이 996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 젊을 때 996을 안 한다면 언제 996을 하겠는가”라며 “나는 12X12(하루 12시간씩 1년 12달) 이상 일했다”는 12일 그룹 내부 좌담회 발언이 공개됐다.
 
중국의 젊은 네티즌은 폭발했다. “(논쟁의) 본질은 시간이 아니라 임금”이라며 “영세 업체 사장에게 996을 강제하도록 만든 책임감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2017년 마윈의 “일에 파묻혔던 과거를 후회한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는 발언을 찾아내 건망증을 조롱했다.
 
2017년 마윈 회장의 방송 인터뷰. ’일만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너무 적게 보낸 것을 후회한다“는 자막이 보인다. [웨이보 캡처]

2017년 마윈 회장의 방송 인터뷰. ’일만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너무 적게 보낸 것을 후회한다“는 자막이 보인다. [웨이보 캡처]

마윈은 재해명에 나섰다. 14일 웨이보에 “996을 변호하려는 게 아니다. 분투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구호인 ‘분투(奮鬪)’를 996과 연결했다. 
 
그러자 놀란 관영 매체가 총출동했다. 논쟁 3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날 오후 공식 웨이보에 “분투 숭상과 996 근무 강제는 다르다”며 반박했다. “996 근무를 반대하는 직원에게 ‘날라리’ ‘분투하지 않는 자’라며 도덕적인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며 “996은 경영자의 오만일 뿐 현실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고 썼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무원(정부) 소속 신화통신사도 나섰다. 신화사 최고 권위의 평론인 필명 신스핑(辛識平)이 “분투는 제창하고 996은 퇴장해야”라고 했다. “직원의 희망, 몸과 마음의 건강을 무시하고 야근비를 주지 않는다면 이는 분투하는 사람을 상처입히고 분투 정신을 오독(誤讀)하는 것”이라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편집인) [웨이보 캡처]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편집인) [웨이보 캡처]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편집인)이 15일 '996은 평균 1만불 시대 중국의 딜레마'란 칼럼으로 합세했다. 후 총편은 “1인당 평균 국민총생산(GDP) 1만 달러 안팎의 중국인은 아름다운 생활을 새롭게 해석하고 추구한다”며 “기업이 불가역적인 사회의 변화를 똑바로 인식하고 변화하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중국 1인당 GDP는 9608달러. 올해 1만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중간소득 함정’ 우려에 후 총편은 시 주석의 용어 ‘분투’를 노동법 위반과 등치 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앞에 무인자동차 아폴로가 서있다.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십여 명의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앞에 무인자동차 아폴로가 서있다.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십여 명의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물론 996 논쟁이 중국에서 노동 운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선전(深圳) 주식시장 상장업체인 자스커지(佳士科技, Jasic)의 노조와 노학연대 탄압이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여름 자스커지의 비인간적인 처우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자 베이징대·난징대·인민대 등의 대학생 마르크스주의 동아리가 ‘노동자 투쟁 지원단’을 결성해 연대활동에 나섰다. 당국은 곧 노동자·학생들을 체포했다. ‘자스 서포터’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체포·실종자만 55명이다. 자스커지 사태에 네티즌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빗대 마르크스의 중국식 표기인 마커쓰(‘馬’克思)의 말을 사슴으로 바꿔 “중국 마르크스주의는 루커쓰주의(‘鹿’克思主義)”라며 자조했다.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시진핑 정부는 노동법 준수와 노동자 권익을 내세워 996 근무제 기업을 계도할 것”이라며 “만일 IT 노동자가 정치화 가능성을 드러낸다면 탄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불충분한 발전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겠다”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제시했다. 2019년 중간소득 함정과 밀레니얼 노동자의 반란에 ‘시진핑 사상’이 시험대에 섰다.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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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