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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공무원 공금 횡령이 사라진 이유

박태희 산업2팀 기자

박태희 산업2팀 기자

공무원 생활로는 평생 만져보기 어려운 거액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공금을 관리하던 8급 공무원 A씨,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건축 자금으로 써야 할 돈 22억원을 자신의 차명계좌로 이체했다. 그리고는 곧장 해외로 도주해버렸다. 2008년 강원도 산하기관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공무원 공금 횡령은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했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던 공금 횡령 소식은 어느 순간 구시대의 유물처럼 사라졌다. 공직사회가 투명해진 탓도 있겠으나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강원도 산하기관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금 관리 방식에 핀테크가 접목됐다.
 
공금 횡령사고의 대부분은 특정 관리자가 혼자 인감도장을 보유하고 수기로 공금을 집행하면서 발생했다. A씨 사건을 계기로 강원도, 제휴은행인 농협은행, B2B 핀테크 기업 중 기술이 가장 앞서있던 W사가 머리를 맞댔다. 6개월 연구개발 끝에 지자체 자금 관리 솔루션을 만들어 구축했다. 은행과 지자체를 전산으로 연결하면서 거래 정보와 계좌 잔액을 상급자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결재선을 거쳐야 지출이 집행되고, 지출 금액을 도중에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는 기능도 넣었다. 핀테크 기술이 공금으로 사욕을 채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강원도에서 횡령 예방 효과가 입증되면서 W사가 만든 자금관리 솔루션은 현재 전국 지자체(광역 17개, 기초 230개)로 확산했다. 2009년 여수시 공무원 횡령사고 등 크고 작은 공금 횡령 사건이 한두 차례 더 있었지만 핀테크 솔루션 보급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연간 300조원이 넘는, 지방재정이라는 이름의 국민 세금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면서 공금 횡령 소식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기술 발전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조금씩 나은 곳으로 만든다.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만 있을 뿐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면 ‘나쁜 기술은 없다, 좋은 기술과 더 좋은 기술이 있을 뿐이다’ 정도로 차용할 수 있겠다.
 
오늘은 135년 전 우정총국(郵政總局)이 설립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정보통신의 날’이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업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날”이라고 설명한다. 핀테크를 포함해 ICT 분야 모든 개발자의 건투를 빈다. 이들의 열정과 도전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더 좋은 기술이 끊임없이 탄생할 것이므로.
 
박태희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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