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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청년 세대는 달라진 세상에서 산다는 것 인정해야”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젊은이를 만나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 네트워크 대표가 왜 청와대에서 울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부산 영도구에서 지역 청년 활동을 한다. 영도대교 위에서 촬영해 뒷편으로 자갈치 시장이 보인다. [송봉근 기자]

엄창환 전국청년정책 네트워크 대표가 왜 청와대에서 울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부산 영도구에서 지역 청년 활동을 한다. 영도대교 위에서 촬영해 뒷편으로 자갈치 시장이 보인다. [송봉근 기자]

부모 세대는 청년 세대를 보면 자식을 향한 마음과 비슷한, 양면적 심정에 빠진다. 좋은 것 많이 남겨주지 못해서, 어깨에 짐 잔뜩 올려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다. 동시에 키워준 것에 조금이라도 고마워해 주길 바라고, 불평·원망 대신에 슬기·패기로 인생을 개척하길 기대한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청와대 시민단체 초청 행사에서 발언 중 울어버린 젊은이 모습을 본 어른들 심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안쓰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워했다. ‘울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똑바로 했어야지’라는 핀잔도 있었다. 그 눈물의 주인공,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엄창환(34)씨를 그가 사는 부산에서 만났다.
 
이 질문 많이 받았을 텐데, 청와대에서 왜 울었나.
“청년 운동을 하며 부딪혀 온 사회의 장벽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간 느껴왔던 답답함,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떠올랐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다.”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 뒤였는데.
“일부 언론이 청년 실업과 관련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다 울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넣기도 했다. 정부가 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말한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청년 문제를 ‘프레임’에 넣는 것도 답답한 일 중 하나다.”
 
그러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청년 문제를 일자리 문제로 국한해 보는 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 미래사회 정책으로 넓혀 청년 문제를 봐야 한다.”
 
정말 달라진 게 없나.
“여러 제도가 생기고,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청년 정책이 논의됐다. 하지만 실질적 변화는 보기 힘들다. 청년기본법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청년 청원을 토대로 법안을 만들어 19대 국회로 보냈는데,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어떤 정파가 반대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그냥 관심 밖에 있었다. 20대 국회 1호 제출 법안이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낸 청년기본법안이다. 여야가 다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처리는 안 한다. ”
 
청년기본법 제정이 중요한가.
“지금 우리나라 법 중 청년을 정의하는 내용을 담은 것은 딱 하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다. 이 법 2조에 ‘청년이란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적혀 있다. 청년은 곧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청년기본법은 이런 좁은 시야에서 탈피해 청년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하는 것이다.”
 
엄창환 대표가 지난 1일 청와대 초청 행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뉴시스]

엄창환 대표가 지난 1일 청와대 초청 행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뉴시스]

일자리 말고 어떤 것이 중요한가.
“주거, 부채, 정치 참여, 건강 등 여러 이슈가 있다. 법이 생긴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곧바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점이나 문제 조명 방식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선심 정책’이라고 비판받고 있는데.
“과거에 ‘취업 성공 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부가 지정하는 곳에서 정해진 범주 내에서 취업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교육 내용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구직활동지원금은 그렇게 쓸 돈을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한 곳에서 배우도록 하고 그 비용을 대주는 것이다.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지, 안 쓰던 돈을 쓰는 게 아니다.”
 
현 정부 기조 때문에 대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그래서 청년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대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일자리가 늘었느냐고 묻고 싶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과 창업 중심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꼭 필요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나서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연금 폭탄’ 등의 문제를 넘기는 기성세대에게 화를 내고 저항해야지, 왜 울고만 있느냐고 쓴소리하는 어른도 있다.
“기성세대인들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이처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기술 변화가 빠를 줄 모르지 않았나. 기성세대가 가해자는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 정치인들 만나면 모두 청년 문제 심각하다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화를 내고 싸우나.”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비서관이 그날 대통령 앞에서 엄 대표에게 “앞으로 자주 소통하자”고 말했다. 3주가 지났는데, 연락이 왔나.
“연락 온 적은 없다. 굳이 나를 따로 만날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부에 청년 정책을 관장하는 기구와 논의 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지 나를 만나 달라는 게 아니다.”
 
청년 운동에 참여한 계기는.
“대학(동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단체로 자동차 공장에 가게 됐는데, 내 전공이 사람(노동자)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봉사 활동과 사회 참여 활동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꼭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사는 세상은 어른들이 살아온 세상과 매우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의미 있는 청년 문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이병태 교수

이병태 교수

엄 대표가 눈물 흘리는 모습이 보도되자 이병태(59)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그를 질책하는 글을 올렸다. ‘청년의 삶을 정부가 책임져 달라는 자세가 틀렸다’ ‘눈물을 흘리는 약한 심정으로 청년을 대표하나? 그런 감성적 태도로는 고단한 인생에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 뒤 “꼰대”라는 비난과 “옳은 말 했다”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다. 그에게도 물었다.
 
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나.
“‘헬조선’에 사는 희생자이니 정부가 책임지라는 식의 요즘 흔히 보는 청년들 태도가 떠올랐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어려운 것은 사실 아닌가.
“어렵지 않다는 게 아니다. 어려운 거 안다. 그런데 그 원인을 따져 보자. 우선 개발도상국들이 경쟁자로 등장했다.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간 중국도 인도·베트남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기술 변화도 급속하게 진행된다. 인구 감소 요인도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청년과 노인 등 경제적 약자들의 경제적 기회를 급속히 축소하고 있다. 청년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울지 말고 이런 것을 따졌어야 했다. ”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수 있나.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큰 기업이다. 해당 기업 채용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연관 산업 일자리까지 보면 결국 고용 성장은 성공적 기업에 달려 있다. 객관적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다. 고용 시장 관점에선 요즘의 대졸자가 한 세대 전 중·고교 졸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시장에서 희소가치가 없다. 소질과 적성에 따라 가치를 인정받을 무엇인가를 갖춰야만 한다.”
 
그렇다면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하지 않나.
“청년들이 외국의 요리학교, 제빵학교 등으로 유학을 간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청년은 못 간다. 교육 시장을 개방해 다양한 교육기관이 생기도록 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청년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의 청년들이 과거 세대보다 더 힘든 환경에 놓였다고 보는 게 타당한지도 따져 볼 일이다. 정치인들은 그런 인식을 세 확장에 이용하며 청년수당 주고, 단기 일자리 늘린다. 이런 것이 과연 청년을 위하는 일인가.”
 
청년 대표와 냉철한 경제학자 사이에 놓인 인식의 간격은 여전히 크다. 그래도 접점은 있다. 힘겨운 상황에 놓인 청년이 많다(과거보다는 아닐지라도)는 현실 진단이다. 청와대의 그일 뒤 우리 사회가 청년 문제에 1㎜라도 더 다가갔을까. 그랬다면 그 눈물은 성공한 아픔이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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