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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미국기지엔 스타벅스, 이탈리아 기지엔 피자 전문 요리사도

 ⑥남극대륙의 세계 기지들
 

 남극에 여름이 오면 장보고기지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대다수이지만, 장보고 기지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외국 공동연구자나 방문자들도 많다. 솔직한 심정으로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바쁜 하계 시즌에 손님이 많다는 건 신경 써야 할 일도 생기고 일부 생각하지도 못한 업무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2004년 극지연구소가 설립되기 전에 극지연구센터의 30~40명의 연구원들은 쇄빙연구선이 없이 단지 세종기지 주변 지역에서만 연구하였다. 미국ㆍ영국ㆍ독일의 남극 연구 선도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공동 연구를 하고 싶어도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아 얼마나 서러웠던가. 이제는 우리도 세종ㆍ장보고 두 군데의 남극 기지와 쇄빙선까지 보유해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 덕에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인프라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남극해에서 바로본 미국 맥머도기지. 최대 1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남극대륙 최대 기지다.[사진 극지연구소]

남극해에서 바로본 미국 맥머도기지. 최대 1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남극대륙 최대 기지다.[사진 극지연구소]

이탈리아·프랑스, 남극점 인근에도 기지 운영 
 
로스해에 위치한 장보고 기지는 연구원과 운영자 이동이나 물자 공급 등을 위해 이웃 기지들과 수시로 교류를 한다. 가깝게는 독일 곤드와나 하계 기지와 이탈리아 마리오 주켈리 하계 기지가 있고, 로스해 안쪽으로 1956년에 설립된 미국 맥머도 기지와 뉴질랜드 스콧 기지(1959년 설립)가 있다.  
 
또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 운영하는 콩코디아 월동 기지(2005년 설립)는 한때 수많은 탐험가들이 목숨을 걸고 도전했던 남극점에 가깝다. 독일 곤드와나 기지(장보고 기지와 직선거리 2㎞ 이내)는 2~3년마다 운영돼서 그런지 나들이 삼아 가끔 들렀는데 당시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마리오 주켈리 기지(직선 거리 8㎞ 이내)는 여름에 항시 운영되는 기지로, 콩코디아 대륙 기지를 지원하는 전초 기지 역할(경비행기인 트윈 오터와 배슬러 지원)도 겸하고 있어 매년 여름에 약 100명 이상이 거주한다. 우리도 장보고 기지를 발판 삼아 남극대륙을 가로질러 제3의 남극대륙 기지까지 루트를 개발하기 위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장보고기지에 중국 고위관료와 쇄빙연구선 설룡호 사람들까지 찾아와 관심을 표했다.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에 중국 고위관료와 쇄빙연구선 설룡호 사람들까지 찾아와 관심을 표했다. [사진 극지연구소]

이탈리아 기지는 장보고 기지의 가까운 이웃 
 
로스해에서 하계에 활주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미국 맥머도 기지와 이탈리아 마리오 주켈리 기지다. 우리 장보고 기지 입장에서는 물자 공급과 인원 수송에 마리오 주켈리 기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은 결국 이탈리아 기지였기에 25년간 기지 운영을 담당한 알베르토 대장과 친하게 지냈다.  
 
뉴질랜드에서 비행기가 오면 해빙(海氷) 활주로에서 알베르토 대장을 만났고 친근한 성품에 매료되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있다. 첫 물자 공급이 들어오기 전에 기지에 담배가 떨어졌는데, 월동대원들이 꽁초를 뒤지는 것을 보다 못한 총무의 요청으로 마리오 주켈리 기지에서 담배를 사온 적이 있다.  
한국.장보고과학기지의 이웃 이탈리아 기지와는 교류가 잦다. 피자 전문 요리사까지 둘 정도다. 이탈리아 기지를 방문한 장보고기지 대원들이 이탈리아 대원들과 피자파티를 벌이고 있다.[사진 극지연구소]

한국.장보고과학기지의 이웃 이탈리아 기지와는 교류가 잦다. 피자 전문 요리사까지 둘 정도다. 이탈리아 기지를 방문한 장보고기지 대원들이 이탈리아 대원들과 피자파티를 벌이고 있다.[사진 극지연구소]

미국 맥머도 기지는 1000명 수용 남극 최대기지 
 
장보고 기지와 이탈리아 기지 사람들은 가끔 서로 방문해서 대접하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한식에 지친 우리 대원들이“경양식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면 이태리 기지를 방문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거긴 피자만 전문적으로 굽는 요리사가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 전통 피자는 우리의 냉동 피자와 비교할 수 없었다. 특히 에스프레소 커피는 맛이 좋아 방문할 때마다 요청했다. 그러다 보니 알베르토 대장은 으레 내가 방문하면 손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어 대접해줬다. 두 달 전 다시 장보고 기지를 방문했을 땐,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알베르토 대장의 할아버지 미소를 볼 수 없어서 무지 서운하였다.  
 
 
몇 년 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 미국 맥머드 기지를 본 적이 있지만,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다. 남극 기지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맥머도 기지(장보고기지에서 직선 거리 약 350 km)는 장보고 기지에서 헬기로 4시간 이상 걸리고 경비행기로는 한 시간 정도니 우리와는 서로 교류는 없었다. 맥머도 기지는 여름에 최대 10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하니 소도시나 다름이 없다.  
연구를 위해 장보고기지를 찾은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우리 대원들을 위해 쿠키를 구웠다. [사진 극지연구소]

연구를 위해 장보고기지를 찾은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우리 대원들을 위해 쿠키를 구웠다. [사진 극지연구소]

중국, 장보고기지 인근에도 기지 운영 계획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원자력 발전소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남극조약에는  핵실험이나 방사능 유출 등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기지에는 슈퍼마켓이나 술집뿐 아니라 맥도날도ㆍ스타벅스까지 있다. 가끔 맥머도 기지를 통해 경비행기를 타고 장보고 기지로 들어오는 우리 연구자들을 통해 맥머도 기지의 얘기를 자주 듣곤 했다.  
 
로스해 주변 남극기지들을 방문하기 위한 관문인 뉴질랜드는 우리와 상당히 많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 과학자들은 상당 기간 장보고 기지에 상주했다. 그들이 남극을 떠날 때면 뉴질랜드 스콧 기지와 자주 연락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방문은 중국 쇄빙연구선 설룡호와 중국의 고위 관료였다. 이탈리아 기지 가까운 곳에 다섯 번째 남극연구과학기지를 짓기 위해 중국 설룡호가 찾아왔었고, 중국 고위 관료는 장보고 기지 시설을 탐방하기 위해 찾아왔었다. 조만간 새로운 이웃이 장보고 기지 부근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 동안 외롭던 남극 월동에 새로운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서로에게 확인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⑦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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